맨해튼 뒤흔든 'K컬처'…이틀새 5만5000명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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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케이콘 뉴욕'지난 주말 미국 뉴욕 맨해튼이 K팝과 한류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축제 ‘케이콘(KCON)’이 출범 8년 만에 처음으로 맨해튼에서 열려 5만 명이 넘는 팬들이 한류에 흠뻑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K팝이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주류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6~7일(현지시간) CJ ENM이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연 ‘케이콘 2019 뉴욕’ 콘서트에는 수만 명의 팬이 몰려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이틀간 뉴이스트, SF9, 세븐틴, 아이즈원 등 11개 팀이 출연했다. 공연 내내 한국어 가사를 따라부르는 팬들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울려퍼졌다.케이콘은 CJ ENM이 2012년부터 열어온 K컬처 축제다. 공연인 ‘K팝 콘서트’와 K뷰티, K푸드, K패션 등을 전시하는 ‘K컬처 컨벤션’으로 나눠 열린다. 매년 미국과 일본, 아시아 등을 돌면서 네다섯 차례 개최된다. 이번 뉴욕 케이콘에는 콘서트 관객 2만여 명을 포함해 5만5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를 포함한 지난 8년간 누적 관람객이 96만5000명에 달한다. 오는 8월 15~18일 로스앤젤레스 케이콘 때는 1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마이클 잭슨·마돈나 섰던
매디슨스퀘어가든서 공연
미국의 K팝 인기는 아시아계 위주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 뉴욕 케이콘에 온 참석자 중 아시아계는 42%에 그친다. 신윤용 CJ ENM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18~24세 관람객이 70%를 웃돌고 있으며, 아시아계 비율은 줄어들고 아프리카계·히스패닉계 비율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콘서트 티켓에 하루 70~190달러, 인근 재비츠센터에서 열린 컨벤션 티켓에 30.99달러를 아낌없이 냈다. VIP 티켓인 다이아몬드 위크엔드 패스는 1700달러에 달했다.
뉴욕에 사는 디에나 라킨(21)은 “K팝은 미국 팝 음악과 다르면서도 많은 미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고 말했다. 벌써 네 번째 케이콘을 찾았다는 소피아 릭스(23)는 “익히 아는 노래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그룹도 있다”며 “케이콘을 통해 새로운 K팝을 접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BTS)도 2014~2017년 케이콘 무대에 섰다.케이콘은 2015년부터 뉴욕 일대를 찾고 있다. 그동안은 인근 뉴저지주 뉴어크의 푸르덴셜센터에서 열렸지만 올해 처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장’으로 불리는 맨해튼 매디슨스퀘어가든에 진출했다. 마이클 잭슨, 마돈나, 빌리 조엘, 퀸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공연해온 ‘꿈의 무대’다.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이상훈 CJ아메리카 대표는 “케이콘은 2012년 서부 어바인에서 시작해 올해로 8년째인데, 맨해튼 심장부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케이콘의 맨해튼 진출은 미국 주류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NBC, ABC, CBS, FOX5 등 현지 방송에서는 케이콘 관련 특집 보도를 내보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 “BTS 등 K팝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어 가사, 소식 등을 영어 등 다른 언어로 바꿔 전하는 수많은 자원봉사 번역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K팝의 인기를 다뤘다. 롭 슈워츠 빌보드지 아시아 담당 국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K팝은 하위 문화로 출발했지만 이제 주류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K팝이 미국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어 케이콘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비츠센터에서 열린 K컬처 컨벤션에도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국내외 72개 업체가 30만5000스퀘어피트(약 8570평) 공간에 K푸드, K뷰티, K패션 프로그램을 전시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