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대형 IB '기업 신용공여' 10兆 돌파

메리츠종금證 3.1조 '최다'
미래에셋·NH·한투證 뒤이어

부동산금융이 37% 차지
증권사들 "한도 규제 완화해야"
▶마켓인사이트 7월 8일 오후 3시10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의 기업 신용공여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만기 1년 이하 단기어음 발행 등으로 조달한 대규모 실탄을 적극적으로 기업 대출에 투입한 결과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7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 신용공여 금액 합계액은 총 10조21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말 1조9194억원이었던 규모가 2년여 만에 다섯 배 이상 불어났다.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수신업무가 허용된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2016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이 중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8조원 이상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를 활용한 수신업무를 허용했다. 그 이후 한국투자증권(2017년 11월), NH투자증권(2018년 5월), KB증권(2019년 5월)이 차례로 단기금융업 자격을 획득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한도로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됐으며, 이 중 적잖은 금액을 기업금융에 쓰고 있다.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전체 기업 신용공여 중 6조9087억원은 대기업, 3조934억원은 중소기업에 투입했다. 기업금융 관련 신용공여 금액은 총 3조7146억원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및 인수금융(3조2249억원)이 차지했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길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다.

증권사별로 보면 메리츠종금증권(3조1375억원)이 가장 많은 금액을 기업 신용공여에 투입했다. 신용공여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1조7704억원)을 통해 이뤄졌다. 미래에셋대우의 신용공여 금액이 1조5396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NH투자증권(1조4325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794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형 IB들의 기업 신용공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금융 쏠림 현상’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전체 기업 신용공여의 37.5%(3조7510억원)를 부동산으로 채웠다. 메리츠종금증권(56.4%)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39.3%) 한국투자증권(38.0%) 등 적잖은 곳의 부동산 금융 비중이 30%를 웃돌고 있다. 부동산 금융은 최근 업황 악화로 부실 발생 우려가 커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올해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규모 상위 1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업현황을 조사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감독체계를 강화하고 있다.일감이 빠르게 늘어나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전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었으나 증가한 한도는 모두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쓸 수 있어서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조달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만으로는 새 한도를 채우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대부분이 기존 신용공여 한도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규제 완화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중 신용공여 금액이 자기자본의 100%가 넘는 곳은 메리츠종금증권(126.9%)뿐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