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일자리·성장 택했다…'親시장 우파' 4년 반만에 정권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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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고실업에 넌더리"“그리스인들은 높은 세금, 저성장, 매우 더딘 일자리 창출에 넌더리가 났다.”
총선서 좌파 포퓰리즘 정부 심판
신민주당 미초타키스 새 총리
아버지도 총리 '정치 명문가' 출신
7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신(新)민주당이 4년6개월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그리스 최초로 급진좌파 포퓰리즘 정부를 이끌었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수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에 민심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키라이코스 미초타키스 신민주당 대표에게 총리직을 넘겨주게 됐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선거 기간 경기 회복과 감세, 공기업 민영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친(親)시장 정책을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이날 총선 결과 신민당은 의회 총 300석 가운데 158석을 확보하며 다른 정당과 연합 없이 단독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8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제2당으로 추락했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8일 오전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 앞에서 총리 취임 선서를 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예상됐다는 평가다. 치프라스 총리는 2015년 최연소 총리에 올라 지난해 8월 그리스의 구제금융 체제를 종료시켰지만,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3545억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엔 2180억달러로 38% 쪼그라들었다. 그리스 국민의 평균 월급은 3분의 1가량 줄었다. 실업률은 18%를 웃도는 가운데 특히 25세 미만 청년실업률은 40%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치프라스 총리는 2015년 총선 당시 “국제 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을 거부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집권했지만 이를 뒤집으면서 그리스인들은 8년 동안 혹독한 긴축 체제 시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은 그리스인들이 다시 신민당으로 돌아선 요인으로 꼽힌다.
신임 총리에 오른 미초타키스 대표는 이런 민심 속에서 ‘경제 재도약’을 내걸며 표심을 잡았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현재 28%인 법인세율을 2년 안에 20%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해 2.2%를 보인 그리스 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일자리 창출, 공기업 민영화, 규제개혁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 계획을 내놓으며 강력한 경제 성장 드라이브를 예고했다.미초타키스 대표는 국제 채권단과 긴축 관련 협상도 다시 진행해 재정지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스는 작년 구제금융을 졸업했지만 수년간 채권단으로부터 엄격한 재정감독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연금과 사회복지 지출에서 얼마나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그리스 정계의 대표적인 ‘금수저’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1990~1993년 그리스를 이끈 보수파의 거두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아들이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등 금융계에서 일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