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캄코시티 재판 패소…부산저축은행 채권 6500억 회수 어쩌나

현지 법원 항소심에서 예보 패소
부산저축은행 캄코시티 투자금, 시행사 파산으로 묶여
예보 "판결문 받는대로 상고"
부산저축은행 채권 6500억원이 걸린 캄보디아 '캄코시티' 관련 현지 소송에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패소했다. 이번 소송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예보는 파산한 부산저축은행이 투자한 캄보디아 채권 회수를 위해 캄보디아 현지 시행사인 월드시티사와 진행해 온 사업 지분 반환청구 항소심에서 패소했다고 9일 밝혔다. 예보측은 "판결문을 송부받는 즉시 2심 재판부의 판결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반박할 수 있는 주장과 법리를 명료하게 밝혀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번 소송이 '사업 지분 반환 소송'이며, 6500억원 '대출채권'의 시효가 사라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이 소송은 부산저축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캄코시티 사업을 하려던 한국인 사업가 이상호 LMW 대표가 제기했다. 부산저축은행 파산으로 예보 몫이 된 이 사업의 지분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이다. 이 대표는 부산저축은행과 캄보디아 현지에서 토지 등을 매입하기 위해 월드시티라는 시행사를 세웠다. 월드시티의 지분은 이 대표의 LMW 및 계열사가 40%, 부산저축은행 및 계열사가 60%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은 대출(1830억원) 및 펀드 투자(539억원)로 총 2369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이 캄코시티를 비롯해 과다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로 문을 닫았고,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 등 피해자가 3만8000명이 나왔다.
예보는 피해자들이 부산저축은행 등에 떼인 돈 중 예금자보호 한도 내 금액(5000만원)을 대신 보전해줬고, 파산관재인이 됐다. 예보는 LMW를 상대로 이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서 2016년 한국에서 최종 승소했다. 월드시티를 상대로 한 중재판결도 2017년 1월 나왔다. 받아야 할 돈은 원금 및 이자를 합해 6500억원에 달한다. 예보가 이 자금을 회수하면 투자자 피해 구제자금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하지만 월드시티는 예보 자산 회수에 협조하지 않았다. 예보가 관리하는 캄코시티 자산 지분 60%를 반환해달라며 오히려 2014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예보는 1·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2심이 다시 진행됐다. 캄보디아에서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했을 때 항소심이 이를 따르지 않고 또다시 뒤집을 수 있다. 법정공방은 캄보디아 현지 법원에서 5년째 이어졌고,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한 한국 측은 대규모 방문단을 구성해 캄보디아 측을 꾸준히 압박했다. 위성백 예보 사장도 캄보디아를 직접 방문하는 등 관심을 쏟았다.

예보측은 "앞으로 3만8000여명 피해자의 피해 보전을 위해 캄코시티 사업 정상화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이 재판 결과와 별도로 대검찰청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 등과 협조해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이 대표의 국내 송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패소와 관련해 예보를 비판하는 한편,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김 위원장은 "패소할 게 뻔한 현지 재판에 동행하자고 한 것은 보여주기식 행태였을 뿐이다"라며 "예보가 비슷한 재판에서 보여준 적극적이지 않은 행보 등으로 보아 캄코시티 재판은 예보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