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1심 무죄' 철도시설공단 노조위원장 2심서는 유죄

재판부 "사회상규상 정당행위로 볼 수 없어"…벌금 100만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정일 한국철도시설공단 노조위원장의 업무방해 등 혐의가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심준보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위원장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윤 위원장은 2016년 9월 22일 오전 11시 17분께 철도시설공단 사내 방송실에 들어가 노조 간담회 참석을 독려하는 방송을 하고 관리 직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송실 출입문을 잠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방송실 관리 직원들에게 방송하겠다는 취지로 용건을 말한 뒤 방송실에 들어가 노조 측 간담회 참석을 독려하는 방송을 했다"며 "점거의 범위가 직장 사무실 시설 중 일부분이고 쟁의행위가 그 시기와 절차에서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은 노조위원장을 역임하며 사내 방송을 했고 당시에도 관행적 사용허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방송을 했을 여지가 많다"며 "방송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과 방법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른 노조원들이 사용자 측 직원들의 방송실 출입을 막은 점 등을 고려하면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노조 간부 7명과 공모해 방송실에 침입함과 동시에 위력으로 방송실 관리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위원장이 사전에 방송실 사용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 노조 간부들과 함께 방송실에 간 것은 방송실 진입 저지를 예상한 것으로 보이는 점, 방송실 문을 잠그고 사 측 직원 출입을 막은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방송실을 점거한 시간이 길지 않았던 점 및 피해자가 피고인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 유리한 정상과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점 등 불리한 정상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