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오페라 여신' 칼라스에 바치는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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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다큐영화 '마리아 칼라스…'화면은 공연장 앞에서 밤을 새워 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을 비춘다. 놀라운 가창력과 빼어난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보기 위한 인파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디바 공연을 보지 않는 것은 범죄입니다.”1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아 칼라스:세기의 디바’(톰 볼프 감독)는 ‘20세기 오페라 여신’에게 바치는 헌사다. 53세를 일기로 세상과 이별하기 전까지 사랑과 음악을 갈망했던 칼라스의 예술과 인생을 완성도 높게 그려낸다. 칼라스의 생전 인터뷰, 미공개 편지, 출판되지 않은 회고록 등을 통해 화려한 성공 뒤에 알려지지 않았던 디바의 내면 세계를 포착한다.칼라스가 192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후 세계적인 가수로 성공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주요 공연 장면과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 오나시스와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낸다. 오페라 ‘카르멘’ ‘노르마’ ‘토스카’ ‘몽유병 여인’ ‘잔니 스키키’ 등에서 칼라스가 열창하는 장면을 21세기 관객들에게 소환한다.
칼라스는 “노래는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라고 말한다. “제 노래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마리아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부르니까요.” 칼라스가 화려한 디바로서 외적 인격이라면 마리아는 수줍고 사랑을 원하는 내적 자아를 의미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불같은 성격 탓에 사회 및 언론과 불화를 겪는 모습도 보여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 칼라스는 한동안 설 수 없었다. 레퍼토리를 놓고 사장과 칼라스가 충돌한 까닭이다.칼라스는 위대한 음악과 달리 사랑에는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첫 남편은 돈과 명예에 집착해 칼라스를 무대로만 내몰았고,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던 오나시스는 재클린 케네디와 재혼한다.
천부적인 마력의 목소리를 타고난 덕분에 성공한 줄만 알았던 칼라스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노력파였다는 사실은 놀랍다. 어머니의 성화로 일반 학업을 중단하고 음악 활동에 전념한 그는 17세부터 입학할 수 있었던 그리스 국립음악원에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들어가 혹독한 수련을 거쳤다. 당시 지도교수였던 엘비라 데 이달고는 칼라스를 “같은 말을 두 번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똑똑하고,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늦게까지 있었던 재능 있고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