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실무자들 장외 충돌

檢 "경찰, 공안으로 만들자는 것"
vs 警 "견제·균형에 입각한 법안"

변협 '수사권 조정 심포지엄'
김웅 단장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실무 책임자들이 장외에서 정면 충돌했다. 지난 4월 말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70여 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경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9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변협 주최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양 기관에서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과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나란히 토론자로 나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형세 단장
김 단장은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을 중국의 공안과 같이 강력하게 만들자는 것”이라며 “중국에서 표절 문제를 제기할까봐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경찰도 검찰 못지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데, 현재 법안은 경찰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는 주장이다. 김 단장은 “한국 경찰은 치안·보안·경비·교통뿐 아니라 정보권까지 독점하고 있다”며 “특히 정보경찰 폐지 논의가 없으면 현재의 조정안은 최악의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29개 나라에서 검사가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반면 경찰 측 이 단장은 “수사 지휘를 없애면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하고 국민의 권익 신장에 기여할 수 있다”며 현재 조정안을 ‘견제와 균형 원리에 입각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패스트트랙 법안에 따라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보유한다고 해도 이후에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등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 수사를 할 수 있어 검사의 기소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 담당하면서 형사절차에서 단계별로 상호 견제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학계도 둘로 나뉘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1차 수사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으면 기소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당사자에게는 더 복잡해지고 악화할 염려가 있다”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 검찰의 절대권력기관화와 검사계급의 특권화를 초래했다”며 “이 같은 구조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