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거짓말 윤석열 자진 사퇴하라"…與 "중대 흠결 없다"

청문회 '위증논란'에 청문보고서 채택 난항

"윤우진에 변호사 소개" 위증 공방
한국·바른미래 "지명 철회를"
여야는 9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과 관련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한 흠결은 없다”며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심각한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윤석열, 검찰 수장 적임자”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후보자는 검찰 수장으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로 거듭나게 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의 부당성에 대한 (야당의) 한 방은 없었다”며 “한국당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다면 국민은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자의 병역면제 사유인 부동시 관련 진단서를 제출받은 뒤 야당과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위한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열린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2012년 뇌물 혐의로 수사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줬는지 여부였다. 야당은 윤 후보자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직접 소개하는 등 사건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자의 후배인 윤대진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변호사법은 현직 판·검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하는 사건이나 직무상 관련이 있는 사건 당사자에게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윤 후보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변호사를 소개해 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9일 새벽 ‘변호사를 소개해 줬다’는 내용이 담긴 육성 파일이 공개되자 “변호사 소개라는 것은 ‘선임’을 의미한다. 제가 변호사를 선임시켜 준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하루 종일 거짓말한 게 들통났다”고 따졌다.민주당은 이날 윤 후보자의 청문회 위증 논란에 대해서도 방어막을 쳤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변호사 소개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윤대진 국장)도 설명했고, 윤 후보자도 오해가 있었다고 사과했다”며 “지명을 철회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했다. 윤 국장은 이날 “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람은 나이고 윤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며 “윤 후보자가 스스로 소개했다는 말을 했다면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윤 후보자 발언은)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말이었지만 위증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한국당, 윤 후보자 고발 검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윤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온종일 국민들이 우롱당한 거짓말 잔치였다”며 “청문회를 모욕하고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해 윤 후보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자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부적절하고도 의심스러운 만남을 가져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도 깨졌다”고 했다. 한국당은 윤 후보자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윤 후보자는 변호사 소개는 했지만 (그 변호사가) 선임된 것은 아니라는 어이없는 변명을 했다”며 “다른 문제는 차치해도 인사청문회에서 하루종일 거짓말한 것은 도덕성 차원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자는 버티면 버틸수록 논란이 증폭될 것”이라며 “청문회에서 위증한 검찰총장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자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법조계 의견이 갈린다. 한 현직 검사는 “검사는 ‘직무 관련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게 관례”라며 “‘만나 볼래’라고 말을 건네는 정도도 ‘소개’로 간주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후보자가 (변호사 소개로)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당시 사건과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처벌 대상은 아니다”며 “다만 도덕성 측면에서 흠결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법은 판·검사가 자신의 친인척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내가 소개한 것”이라는 윤 국장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윤 후보자와 윤 국장은 법적 처벌은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헌형/안대규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