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에 한국통 집결시키는 日…"한·일 외교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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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외무성 내 ‘한국통’들을 서울에 총집결시키고 있다. 주한일본대사관의 요직에 한국어가 유창하고 한국 사정에 밝은 인사들을 잇따라 임명하면서다. 경제 보복 조치 발표로 한·일 관계가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가운데 앞으로의 외교전에 대비한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한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尚) 일본 외무성 대신관방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괄공사는 대사관에서 서열상 대사 다음이다. 내달 서울에 부임하는 그는 한국 대학에서 연수를 받았고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코리안 스쿨’이다. 한국어가 유창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2012~2015년에는 주한일본대사관에서 경제공사를 지내기도 했다. 전임 총괄공사였던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는 한국어을 거의 하지 못했고, 한국과의 인연도 없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인사는 한국 정계 및 언론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다.지난달 인사가 난 미바에 다이스케(實生泰介) 신임 정무공사도 외무성에서도 ‘에이스’로 불리는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소마 공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유학을 했고 한국어에 능통하다. 1995년부터 2년여간 주한일본대사관에서 근무 경험도 있다. 외무성 본부에서는 북동아시아과에서 수석부과장으로 한국 문제도 다뤘다. 주미일본대사관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는 한국의 대미외교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도 정통하다. 6자 회담 관련해 북한에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도 있다. 일본인 납치 문제도 오랫동안 다뤘다. 일본 정부가 납치문제의 대북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2015년 처음으로 주중일본대사관에 북한문제담당공사직을 신설했을 때 초대 공사를 맡기도 했다. 주중일본대사관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접촉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일본 외무성 내에서 대표적인 ‘프렌치 스쿨’로 통하는 전임 기타가와 가쓰로(北川克郎) 정무공사는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과 큰 연이 없었다.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 차기 대표 자리에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尚史) 현 주부산일본총영사가 최근 내정된 것도 한국 전문가들을 서울에 집결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그는 2017년 주부산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소녀상,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립되는 등 외교 문제가 불거지자 총영사로 긴급 투입된 인물이다. 그전까지 일본의 부산총영사 자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외부 인사가 맡아왔다.미치가미 총영사는 서울대에서 연수를 받은 코리안스쿨이다. 2014년에는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총괄공사를 맡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소식통은 “TCS 소장 자리는 한·중·일 3국이 돌아가면서 맡아 오면서 ‘한직’으로 분류됐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번 회기에 중량감 있는 미치가미 공사를 임명했다는 건 TCS 역시 외교적 카드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체가 임박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의 후임으로도 한·일외교 경험이 있는 인물이 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가미네 대사를 비롯해 그간 주한일본대사들은 외무성 외무심의관 자리에서 임명돼 왔지만 한·일 관계에서 가시적 성과를 못 내왔다는 평이 많았다. 이 때문에 현 외무심의관인 모리 다케오(森健良), 야마자키 가즈유키(山﨑和之)보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일본대사가 차기 대사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하라 대사는 기수로 나가미네 대사보다 두 기수 아래이고 모리·야마자키 심의관보다는 네 기수 위다. 이하라 대사는 협상 통으로 알려져있다. 과거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하면서 한국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납치문제 등도 다뤄봤다. 그는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현 인근 지역 수산물 수입 관련 문제에서 한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야마모토 에이지(山本栄二) 외무성 국제테러대책 조직범죄대책협력담당특명대사도 후보로 거론된다. 이하라 대사보다 한 기수 아래인 야마모토 대사는 연세대와 서울대에서 유학을 했다. 주한일본대사관에서 2등서기관, 공사 등의 경험도 있다. 외무성 북동아과에서도 근무했었다.
일본 측 북핵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국장도 차기 대사 후보 중 하나다. 아시아대양주국에서 참사관, 심의관 등을 거쳤고 2014년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총괄공사를 지냈다. 모리·야마자키 외무심의관들과 기수도 같다. 한 일본 전문가는 “2차 아베 내각에서는 관료 인사를 각 부처에서 하는 게 아니라 수상관저가 주도하는 분위기라 의외의 인물을 보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10일 한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尚) 일본 외무성 대신관방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괄공사는 대사관에서 서열상 대사 다음이다. 내달 서울에 부임하는 그는 한국 대학에서 연수를 받았고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코리안 스쿨’이다. 한국어가 유창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2012~2015년에는 주한일본대사관에서 경제공사를 지내기도 했다. 전임 총괄공사였던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는 한국어을 거의 하지 못했고, 한국과의 인연도 없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인사는 한국 정계 및 언론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다.지난달 인사가 난 미바에 다이스케(實生泰介) 신임 정무공사도 외무성에서도 ‘에이스’로 불리는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소마 공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유학을 했고 한국어에 능통하다. 1995년부터 2년여간 주한일본대사관에서 근무 경험도 있다. 외무성 본부에서는 북동아시아과에서 수석부과장으로 한국 문제도 다뤘다. 주미일본대사관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는 한국의 대미외교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도 정통하다. 6자 회담 관련해 북한에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도 있다. 일본인 납치 문제도 오랫동안 다뤘다. 일본 정부가 납치문제의 대북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2015년 처음으로 주중일본대사관에 북한문제담당공사직을 신설했을 때 초대 공사를 맡기도 했다. 주중일본대사관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접촉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일본 외무성 내에서 대표적인 ‘프렌치 스쿨’로 통하는 전임 기타가와 가쓰로(北川克郎) 정무공사는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과 큰 연이 없었다.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 차기 대표 자리에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尚史) 현 주부산일본총영사가 최근 내정된 것도 한국 전문가들을 서울에 집결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그는 2017년 주부산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소녀상,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립되는 등 외교 문제가 불거지자 총영사로 긴급 투입된 인물이다. 그전까지 일본의 부산총영사 자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외부 인사가 맡아왔다.미치가미 총영사는 서울대에서 연수를 받은 코리안스쿨이다. 2014년에는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총괄공사를 맡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소식통은 “TCS 소장 자리는 한·중·일 3국이 돌아가면서 맡아 오면서 ‘한직’으로 분류됐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번 회기에 중량감 있는 미치가미 공사를 임명했다는 건 TCS 역시 외교적 카드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체가 임박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의 후임으로도 한·일외교 경험이 있는 인물이 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가미네 대사를 비롯해 그간 주한일본대사들은 외무성 외무심의관 자리에서 임명돼 왔지만 한·일 관계에서 가시적 성과를 못 내왔다는 평이 많았다. 이 때문에 현 외무심의관인 모리 다케오(森健良), 야마자키 가즈유키(山﨑和之)보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일본대사가 차기 대사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하라 대사는 기수로 나가미네 대사보다 두 기수 아래이고 모리·야마자키 심의관보다는 네 기수 위다. 이하라 대사는 협상 통으로 알려져있다. 과거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하면서 한국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납치문제 등도 다뤄봤다. 그는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현 인근 지역 수산물 수입 관련 문제에서 한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야마모토 에이지(山本栄二) 외무성 국제테러대책 조직범죄대책협력담당특명대사도 후보로 거론된다. 이하라 대사보다 한 기수 아래인 야마모토 대사는 연세대와 서울대에서 유학을 했다. 주한일본대사관에서 2등서기관, 공사 등의 경험도 있다. 외무성 북동아과에서도 근무했었다.
일본 측 북핵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국장도 차기 대사 후보 중 하나다. 아시아대양주국에서 참사관, 심의관 등을 거쳤고 2014년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총괄공사를 지냈다. 모리·야마자키 외무심의관들과 기수도 같다. 한 일본 전문가는 “2차 아베 내각에서는 관료 인사를 각 부처에서 하는 게 아니라 수상관저가 주도하는 분위기라 의외의 인물을 보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