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나인원한남처럼…'임대후 분양'으로 상한제 벽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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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보증심사·분양가상한제 피할 수 있어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처럼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분양가를 높이려는 시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택을 공급하면 일정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뒤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서다.
용산 유엔사·여의도 MBC 부지 등 '선택' 가능성
'자금 부담' 재건축·재개발은 민간임대 전환 힘들어
최고급주택, 임대 전환할까민간임대아파트는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뒤 일반분양을 할 때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업 시행자로선 선분양에 적용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나 후분양까지 포괄하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실제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아파트를 공급한 사례도 있다. 용산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고급 주거단지 한남더힐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2007년 9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처음 도입될 때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해 상한제 적용 대상에 들었다. 그러자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택 공급 방식을 임대 후 분양으로 바꿨다. 4년 의무 임대기간이 지난 뒤 감정가대로 분양전환을 하는 방식이다. 상한제를 적용받았다면 분양가격은 3.3㎡(평)당 2000만원대에 그친다. 2013년 분양전환 때 가격은 5000만~8000만원에 달했다.
인근 외인아파트 부지에 건축 중인 나인원한남 또한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됐다. 시행사인 디에스한남은 지난해 3.3㎡당 6300만원대에 분양하려고 했다. 그러나 HUG가 4000만원대를 제시하면서 분양보증신청을 반려했다. 결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한남더힐 방식을 선택했다건설업계는 서울 여의도 MBC 부지나 용산 유엔사 부지 등 대형 복합단지들이 민간임대주택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땅값만 수천억원대인 데다 소수의 자산가를 겨냥해 최고급으로 건축하는 까닭에 분양가가 과도하게 억눌리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어서다. 여의도 MBC 부지를 6000억원에 사들인 신영 컨소시엄은 당초 올해 오피스텔(849실)과 주상복합 아파트(454가구)를 모두 분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규제를 이중으로 받게 되면서 구체적인 분양 일정은 물론 방식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인 일레븐건설이 매입한 유엔사 부지는 땅값만 1조원이다. 일레븐건설 관계자는 “아직 건축심의 단계여서 구체적인 분양 방법을 논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는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임대를 사업목적에 포함해 사업승인을 받고 지어야만 민간건설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준공 후에도 단지 전체가 미분양인 경우에는 해당 시·군·구청장의 승인을 받아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정비사업은 규제 피하기 어려울 듯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들은 상한제를 피하려면 일반분양분을 전월세로 일단 돌린 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은 터라 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게 제도적으로 어려워서다.
그러나 상한제가 폐지될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게 변수다. 건축 공사비에 대한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후분양할 경우 분양 시점 전까지 들어갈 공사비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대형 사업장은 PF 대출 이자비만 1000억원대를 넘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조합 해산이 늦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뒤 분양전환 시점의 주택경기가 좋으리란 보장이 없는 데다 상한제 지정이 해제될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조합원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