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동결은 비핵화 입구…北 WMD 제거가 최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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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동결 전제 협상설' 일축미국 국무부가 “핵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입구이며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가 최종 목표”라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선 “정상회담이나 협상이 아니라 단지 만남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美 동아태차관보 방한 주목
美 북핵 정책 기조 불변 재확인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핵동결을 최종 목표라고 규정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동결은 핵협상 과정의 끝이 될 수 없다”며 “역대 어떤 행정부도 동결을 최종 목표로 잡은 적이 없다. 이는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당국의 태도가 바뀐 것은 “핵동결에 초점을 맞춘 시나리오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완강히 부인했지만 관련 설은 계속 퍼져 나갔다. 비건 대표가 지난달 20일 “미·북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유연한 접근’이란 것은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뀐다는 뜻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미국으로선 이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원칙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합의 이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핵을 포함해 모든 WMD를 동결시킨 다음에야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게 미 협상팀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직전에도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합의, WMD 동결, 비핵화 완성을 위한 로드맵 작성을 미국의 3대 협상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 한·일 갈등 중재에 나설까
미 국무부는 지난달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 만남의 성격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정상회담이나 협상이 아니라 단지 만남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예고한 대로 이달 중순에 실무협상을 개시한다고 해도 3차 미·북 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협상팀이 어떤 진전된 안을 가져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이와 관련,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유럽을 순방 중인 비건 대표가 북한 측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의 협조를 구하는 중이다. 10일엔 독일 베를린에 입국했다. 비건 대표는 자신의 한국 측 파트너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1일 베를린에서 만나 협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 자리에 북측 실무협상팀을 이끌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 국무부는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오는 17일 방한한다고 발표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서울에서 외교부 및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국무부가 전했다.
그가 한·일 관계의 중재역을 맡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11~14일 일본 도쿄에서 외무성, 방위성, 국가안전보장국 고위 관리들을 만날 예정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으로 지난달 13일 부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