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타고 2년 만에 첫 '1兆 펀드' 등장 눈앞…액티브 채권형 ETF, 미운오리서 백조 되다

'삼성KODEX' 올 수익률 3.29%
6개 ETF에 올들어 5000억 몰려

전문가 "시장금리 빠르게 하락
추가 수익 얻기 쉽지 않을 수도"
한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액티브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올 들어 금리하락세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액티브 ETF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일반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일정 부분 재량을 갖고 운용에 관여하는 ETF다.

2017년 대형 운용사가 앞다퉈 6개 채권형 ETF를 선보였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올 들어 뭉칫돈이 몰려들면서 2년 만에 첫 ‘1조원 펀드’ 등장을 눈앞에 두는 등 반전에 성공했다.
액티브 채권형 ETF 순자산 급증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KODEX종합채권(AA- 이상)액티브 ETF’에 올 들어서만 30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이 들어왔다. 이 영향으로 순자산은 9178억원으로 늘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주에만 250억원가량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 자금 유입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달 안에 순자산 1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KODEX종합채권액티브 ETF는 국공채와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 등 국내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액티브 채권형 ETF다. KAP한국종합채권지수(AA- 이상)를 추종하되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됐다. 이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29%로 일반 채권형 ETF(1.40%)의 두 배를 웃돈다.‘화려한 백조’로 변신한 액티브 채권형 ETF는 출시 초기인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값싼 수수료율(0.07%),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투자 편의성, 안정적 수익률 등 3박자를 갖췄지만 금리 상승기였던 탓에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2017년 6월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한화 등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나란히 출시한 6개 액티브 채권형 ETF의 순자산 합계액은 2017년 말 1조3297억원에서 2018년 말 1조2741억원으로 뒷걸음질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17년 말 연 1.6%대에서 2018년 2월 연 2.3%대까지 올랐다. 이후 하락 추세로 반전하면서 그해 말 연 1.8%대로 마감됐다.

올 들어 시장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채권형 펀드에 뭉칫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4월까지 석 달간 연 1.8%대에서 지루하게 횡보하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후 급락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75%)보다 낮은 연 1.4%대(지난 9일)까지 떨어졌다.올 들어 국내 259개 채권형 공모펀드에 순유입된 투자금은 8조9412억원에 달했다. 6개 액티브 채권형 ETF의 순자산 합계액도 6개월여 만에 5000억원이 늘어나 1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2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운용해야”

다만 그동안 시장 금리가 빠르게 하락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 채권시장을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이미 코스피지수 2200선을 넘어선 수준”이라며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 기대보다 늦어지거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한청용 삼성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다 장기 운용 목적의 투자 자금을 넣는 게 좋다”며 “경기 흐름에 따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조절하는 수단의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