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3건 중 1건 가정폭력 범죄...“경찰 초기대응 미흡하면 폭력 지속된다”

경찰이 가정폭력 사건을 처리할 때 미흡한 초동 조치로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대응 체계와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1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결정문을 발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112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17년 27만9082건 등 최근 4년간 매년 20만건을 넘었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 한 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모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 친밀한 관계인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85명이었다. 2017년 살인죄로 사망한 피해자(282명)의 30%이상이며, 살인사건 3건 중 1건 수준이다. 진상조사위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112신고센터로, 112 출동 경찰관들의 초기 대응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에 제기된 진정 사건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112에 신고했으나 경찰의 초동 조치가 미흡해 피해를 봤다. 피해자 A씨는 이혼한 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112에 3차례 신고했으나 살해됐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남편의 폭행으로 112 신고를 했다가 신고 사실이 알려져 살해당했다.

진상조사위는 유사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의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초기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가정폭력 사건 관련 업무가 경찰의 핵심 직무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 등에 해당된다는 것을 경찰관들이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청 예규인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해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담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