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 담당 경찰관, 뇌물 받고 부실수사…"아빠가 경찰청장 '베프'" 자랑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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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나 담당 경찰관, 뇌물 및 부실수사 혐의과거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뇌물을 받고 부실 수사를 한 의혹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
경찰 "경찰 고위직 친분, 정황 없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1일 황하나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박모 경위를 직무유기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 검찰송치했다고 밝혔다. 종로경찰서는 2015년 10월 필로폰 투약 등의 혐의로 황하나를 비롯 대학생 A 씨 등을 포함한 7명을 공범 또는 개별 혐의로 입건했다. 박 경위는 2010년부터 알고 지낸 용역업체 직원를 통해 황하나 등의 마약 범죄 첩보를 입수했다.
이 과정에서 입건된 C 씨가 "마약을 여자친구에게 마약을 건넨 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여자친구를 선처해 달라"는 취지로 첩보를 전달하며 5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후 박 경위는 7명의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C 씨의 여자친구 등 2명만 조사하고, 황하나 등 5명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 C 씨의 여자친구가 B 씨에게 마약을 공급받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황하나와 함께 무혐의로 송치했다. 보통 마약 범죄는 지능범죄수사팀이 아닌 형사과 마약전담팀에서 수사하지만, 박 경위는 재벌가 자녀인 황하나가 연루된 사건이라 파장이 클 것이라는 첩보를 만들어 수사 지휘부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황하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여자친구를 봐 달라고 뇌물을 건넨 C 씨의 여자친구를 선처해주기 위해 보호하려다 나머지 혐의자들도 수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하나가 지인에게 "우리 아빠, 삼촌이 경찰청장과 베프(친한친구)다"는 발언이 알려진 후 경찰 유착 의혹도 불거졌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는게 경찰의 입장이었다. 경찰은 황하나의 외삼촌인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등 가족 4명을 조사하고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용 내역 등을 모두 살펴봤지만, 경찰 고위직과의 통화 내역이나 문자 메시지 등이 오간 정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하나의 휴대전화에서도 가족은 물론 경찰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파악했다.
황하나는 지인에게 가족들과 경찰청장의 친분을 과시한 이유에 대해 "상대방이 자신이 부장검사와 친하다고 해, 흥분해서 홧김에 그런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황하나는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형을 구형받았다. 그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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