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심슨 가족'의 30년 롱런 비결

심슨 가족이 사는 법
“시도란 실패로 가는 첫걸음.” “뭔가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이전에 배운 건 뇌에서 밀려나. 와인 만들기 강의 들었을 때 운전하는 법 다 까먹은 거 기억나지.”

샛노란 피부, 커다란 눈, 벗어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자국, 게다가 도넛과 맥주를 끼고 살아 배도 불룩 튀어나왔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가장 호머 심슨 얘기다. 그는 이런 말들을 자주 한다. 웃음만을 위한 말일까. 심지어 그조차도 “만화영화에 심오한 의미 따윈 없어. 싸구려 웃음을 선사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철학자들의 얘기와 묘하게 닮았다. 사르트르는 “모든 인간 행위는 동일하며 모든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원칙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안다는 것은, 아는 게 없음을 안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앎의 의미”라고 했다.《심슨 가족이 사는 법》은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담긴 다양한 철학적 의미를 분석한다. 저자는 윌리엄 어윈 펜실베이니아 킹스칼리지 철학교수, 마크 T 코너드 뉴욕 메리마운트 맨해튼칼리지 철학교수, 이언 J 스코블 매사추세츠 브리지워터주립대 철학교수다 .

‘심슨 가족’은 1987년 버라이어티 ‘트레이시 울먼 쇼’의 한 코너로 시작했으며, 1989년 폭스TV에서 독립 프로그램으로 방영됐다. 놀라운 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시즌30’이 같은 채널에서 방영됐다.

작품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호머뿐 아니라 평범해서 더 가치가 빛나는 아내 마지, 악동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바트, 채식주의자·페미니스트·진보주의자인 리사, 공갈젖꼭지를 물고 침묵의 가치를 전파하는 매기 등이다. 이들의 이야기엔 삶의 의미, 지성과 반지성, 가족의 가치, 성평등,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말한다. “심슨 가족은 각 세대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에피소드로 조명해 왔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철학을 논할 훌륭한 장이 돼준다. ” (유나영 옮김, 글항아리, 492쪽, 2만2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