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위원장 "당 깨려는 세력 규탄" 전격 사퇴…열흘 만에 파탄난 '바른미래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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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재신임' 혁신안에 반발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사진)이 손학규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혁신안 추진에 반발해 11일 사퇴했다. 지난 1일 혁신위가 공식 출범한 지 열흘 만이다.
바른미래당 내홍 심화될 듯
주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 활동 중 내가 본 것은 계파 갈등 재연”이라며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해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주 위원장 사퇴는 혁신위의 1차 혁신안 발표 20분 전에 이뤄졌다. 이날 혁신위는 △손 대표 체제로 총선에 승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공청회 △현 지도부 체제의 재신임 여부를 포함한 국민·당원 여론조사 △평가와 판단 등 3단계 절차를 담은 혁신안을 내놨다. 주 위원장은 “‘손학규 퇴진’만 계속 얘기하는 사람이 혁신위원 중 절반을 차지했다”며 “혁신안을 보류한 뒤 더 논의하자고 간곡히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내홍은 예견된 일이었다. 혁신위는 주 위원장과 혁신위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바른정당계·안철수계 등 손 대표 퇴진파가 4명, 당권파가 4명을 각각 추천했다. 혁신위 논의가 진행될 때도 손 대표 퇴진 요구를 놓고 위원들이 여러 번 부딪혔다.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은 “치열한 토론과 당규에 의거한 의결 과정을 계파 갈등으로 몰아세우고 사퇴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위원장 사퇴로 혁신위 걸음이 저해되거나 막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상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어도 혁신위 해산을 결정할 근거는 없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이 사퇴한 상황에서 손 대표 측이 혁신안을 받기는 어려워 내홍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당권파가 추천한 김소연 김지환 조용술 혁신위원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혁신위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