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쏟아부은 '무늬만 일자리'로 고용현실 왜곡, 더는 안 된다

6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8만1000명 늘어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제활동인구(15~64세) 중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도 67.2%로,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6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금세 달라진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37만2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을 크게 웃돌았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의 상당수가 고령자들에게 집중된 영향이다. 초단시간(주 17시간 미만) 근로자도 20만9000명 늘어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6.6%)이 동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공공·단기 알바 효과’를 걷어내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고용지표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고용의 질(質)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6만6000명)와 금융·보험업 취업자(-5만1000명)는 각각 15개월과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제인구의 허리로 꼽히는 40대 취업자는 44개월 연속 줄었고, 청년(15~29세) 체감실업률도 사상 최대인 24.6%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런 것은 고용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태도다. 혈세로 만든 ‘돈 쓰는 일자리’로 ‘고용참사’를 분식(粉飾)하면서도 여전히 “고용 상황이 개선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정책 오진(誤診)을 불러 더 큰 위기를 초래할 뿐이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급속 인상 등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을 거둬들이는 게 급선무다. 노동유연성을 높이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고용의 원천인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세금 한 푼 안 들어가는 정공법이 있는데 ‘무늬만 일자리’에 혈세를 쏟아붓는 비정상적인 일은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