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위기' 가상화폐거래소, 앞다퉈 AML 센터 만들고 솔루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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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F 기준' 미달 거래소들 대거 퇴출위기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주어진 시간은 1년. 자금세탁방지(AML)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가 하면 관련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생존'이 국내 거래소들 최대 화두가 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자금세탁방지센터를 신설하고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의심거래 보고(STR) 및 이상거래 감지시스템(FDS) 등을 구축하고 관련 사고 및 분쟁 처리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업비트도 올해 들어 다우존스 와치리스트, 체인널리시스, 톰슨 로이터 월드 체크등 다양한 AML 솔루션을 도입했다.코빗은 원화입금을 일시 중단하고 신한은행과 협의해 AML 정책이 강화된 방식의 원화 서비스 진행을 준비 중으로 파악된다. 후오비 코리아도 지난 11일 AML 제도 강화 추세에 맞춰 출금 제한, 원화 입금 심사 등 관련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코인원, 고팍스도 AML 및 FDS 관리 인력 신규 채용에 나섰다.
FATF가 지난달 21일 암호화폐 거래소들에게도 적용되는 AML 관련 권고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FATF 권고안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중국·일본 등 37개 주요국이 따르고 있다.
권고안에는 1년의 준비기간이 부여됐다. 회원국은 2020년 6월까지 FATF 권고안을 지켜야 할 의무가 생겼다. 권고안을 지키지 않은 국가는 FATF 블랙리스트에 올라 글로벌 금융 제재를 받게 된다.금융위원회도 FATF 권고안 수용 입장을 밝혔다. 올 2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FATF 권고안 수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그 첫 타깃이 거래소가 될 수 있단 위기감이 나온다. AML 정책이 미흡한 거래소들은 가차없이 퇴출할 것이란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FATF 요구를 수용하려면 AML 전담 관리부서를 설치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의심거래 신고 등이 이뤄져야 한다. 송·수신자 신원 및 데이터 확보도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상당한 지출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러한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영세 규모 거래소들은 폐업 절차를 밟을 수 있다.전문가들은 "국내에 암호화폐 거래소가 300개 이상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FATF 기준을 충족할 거래소는 손에 꼽힐 것이다. 상당수 거래소는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고 봐야 한다"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업력, 규모, 보안 상태 등을 믿을 수 있는 거래소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외 거래소들은 글로벌 공조체제 구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FATF 권고안을 만족시킬 정도의 AML 기준을 지키기 위해 국제 공조시스템 구축과 내부 인력 강화에 힘 쏟고 있다. 이용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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