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림자 금융에 적신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 그림자 금융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하강 추세 탓에 기업들이 그림자 금융을 활용해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시스템이 아닌 제2금융권 등에서 이뤄져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기업대출을 말한다. 중국에선 건설업과 제조업, 인프라 투자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을뿐 아니라 펀드 업계와도 맞물려 있어 문제가 생기면 중국의 전체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68개 중국 펀드업체의 자산관리상품(WMP) 자산이 22조5000억위안(3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WMP는 고금리를 내걸고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자금 차입 통로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중국 그림자 금융 확대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무디스는 최근 중국의 실물 경기와 부동산 시장 둔화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원리금 상환에 차질이 빚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은 비은행권 금융 자산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2800억위안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비은행권 전체 자산의 1.26%에 불과하지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90% 늘어난 수치다. 2014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WSJ는 중국에서 기업 디폴트가 지난해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상황이 악화되면 그림자 금융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건설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공급이 마비되고 실물 경기에 한파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충격파가 제도권 금융시장까지 덮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펀드업체의 WMP 자금이 그림자 금융의 주요 대출 자금원으로 이용되는 실정을 감안할 때 개인 투자자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아이리스 팡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그림자 금융 업계에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이들과 거래하는 펀드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고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 업체에 투자한 WMP 상품이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펀드 업계는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5년 만기로 그림자 금융 업계에 자금을 제공한 뒤 원리금을 회수하지만 이미 상환불능 사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례로 안신트러스트가 지난달 25일 마감시한인 투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안신트러스트는 상장기업이어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비상장 기업의 디폴트 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