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갈등…서울 3만 가구 분양 일정 꼬인다

예비 청약자·건설사 '전전긍긍'

10월 시스템 이관·상한제 겹쳐
재건축·재개발 물량 1만여가구
선분양·후분양 놓고 '오락가락'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아파트 청약시스템 ‘아파트 투유’의 한국감정원 이관 등으로 하반기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경DB
최대 3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 하반기 분양시장이 안갯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및 분양가 산정방식 변경, 아파트 청약시스템 ‘아파트 투유’의 한국감정원 이관 등으로 건설사들이 좀처럼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분양가상한제 도입 시기는 미정이다. 건설사들은 일단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오는 10월을 전후해 아파트 청약시스템이 최소 한 달간 멈출 전망이어서 청약 일정을 제때 소화하기 어려운 형편에 놓이게 됐다.

3만 가구 분양물량 ‘갈팡질팡’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은 3만363가구에 이른다. 올 상반기 공급물량(1만1020가구)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분양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당장 이달 대우건설이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사당3구역 재건축·153가구)’을 분양할 예정이다. 호반건설도 송파구 거여동 ‘호반써밋’(1398가구)을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사이에 분양한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2007년에도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기 전 유예기간에 밀어내기식 물량이 쏟아졌다”며 “이번에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조합과 건설사들이 분양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 예정 물량이 순조롭게 공급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상반기에 잡혔다가 넘어온 물량이 상당수인 데다, 건설사들이 당초 계획했던 분양가를 책정하기 어려워 분양 시기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어서다.일반분양이 5000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도 연내 분양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HUG의 분양가 책정을 두고 조합 내 갈등이 심하고 HUG와 적정 분양가 차이가 커 연내 분양은 어렵다”고 말했다.

여의도 옛 MBC 부지에 공급하는 ‘브라이튼 여의도’도 오피스텔(849실) 분양일정만 정한 뒤 아파트(454가구) 분양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일단 이달 말 오피스텔 분양 일정만 잡아놓았다”며 “아파트를 ‘선분양’할지 ‘후분양’할지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9~10월 ‘청약 블랙아웃’ 눈치싸움 치열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아파트 청약시스템 이관으로 예비 청약자들의 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부터 청약시스템의 감정원 이관으로 아파트 청약 일정이 약 한 달 동안 전면 중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청약시스템이 멈추는 기간은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인 10월 전후가 될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이제까지 8월 휴가철과 추석 등을 피해 9~10월에 분양 일정을 정해 왔다.

청약시장 일정에 변동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예비 청약자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건설사의 7~8월 ‘밀어내기’ 분양 때 청약통장을 던지는 게 유리할지, ‘민간택지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청약을 넣는 게 유리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향후 신축 아파트 가치가 급상승할 거라는 기대와 함께 ‘분양가상한제’ 이후 아파트 분양가가 대폭 하락할 것이란 기대가 공존하고 있어서다.

권일 부동산 인포 팀장은 “분양가 규제로 서울의 유일한 공급 수단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대거 위축돼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는 만큼 신축 아파트에 대한 청약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시기에 따라 하반기 분양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