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공인인증서' 앞세운 카카오뱅크, 2년 만에 가입자 1000만 넘었다

금융권 '메기' 된 카뱅
편의성·아이디어 무기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지난 11일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7월 27일 출범 후 정확히 715일 만이다. 국내 은행을 넘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초고속’ 성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메기’에서 ‘대어(大魚)’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침없는 카카오뱅크의 진격12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11일 밤 10시25분 계좌 개설 고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1만4000명이 가입한 셈이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고객(1500만 명)을 보유한 국민은행 ‘스타뱅킹’이 2010년 4월 출시 후 1000만 명을 모으기까지 5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 첫날 24만 명이 계좌를 개설했다. 하루 만에 당시 시중은행의 1년치(2016년) 비대면 계좌 개설 실적(16만 개)을 뛰어넘었다. 출범 5일 만에 100만 명을 확보했고, 올해 1월엔 800만 명을 돌파했다.
수신·여신 성장세도 가파르다. 수신 규모는 2017년 말 5조483억원에서 지난달 말 17조5735억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여신 규모는 2017년 말 4조6218억원에서 지난달 말 11조3276억원으로 늘었다. 올 1분기에는 65억66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출범 6분기 만에 첫 흑자를 내기도 했다.같지만 다른 은행

카카오뱅크는 출범 때부터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수신과 여신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카카오뱅크는 ‘탈(脫)공인인증서’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았다. 공인인증서 없이 거래 가능한 ‘간편이체’ 서비스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한 게 카카오뱅크다. 기존 은행 모바일 앱은 문자와 숫자, 특수문자로 이뤄진 비밀번호 10자리를 매번 입력해야 하는 공인인증서 인증 절차가 필수였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로그인 절차도 간소화했다. 높은 편의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20~30대 고객이 급증했다. 카카오뱅크 고객 중 20~30대의 비중은 63.3%에 달한다. 최근에는 다른 연령층으로 확산돼 40대 비중도 21%에 이른다.
이 같은 변화는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 이르기까지 금융권 전반에 ‘메기 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너도나도 모바일 앱 고도화, 간소화 등에 뛰어들었다. 각 은행이 디지털 조직을 늘리고 관련 사업에 본격 뛰어든 것도 카카오뱅크의 영향이 크다.

카카오뱅크는 매주 납입액을 늘려가는 ‘26주 적금’과 모임 회비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모임통장’ 등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면으로 전세·월세 보증금의 최대 80%를 대출할 수 있는 전월세보증금대출은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수수료 관행을 깨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면제해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한계를 보완했다.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나 해외송금 수수료도 없앴다. 카카오뱅크에서 촉발된 수수료 면제 혜택은 다른 시중은행으로도 상당수 확산됐다.“더 혁신적인 상품 선보이는 데 집중”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이날 “출범 2년이 채 되기 전에 고객 1000만 명을 넘겨 감격스럽다”며 “고객 입장에서 고민해온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혁신적인 상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2주년과 1000만 명 고객 돌파 등을 기념해 특별 서비스와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더욱 탄력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금 확충 등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어서다. 카카오는 이날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보통주 4160만 주를 2080억원에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일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일로 명시했다. 취득 시 카카오는 지분율 34%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된다. 내년 하반기에 기업공개도 계획하고 있다.아직까지는 고민거리도 많다. 당장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환경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돼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독주보다는 여러 인터넷전문은행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돼야 한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판단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