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침입자 못 잡고…해군 장교가 병사에 '허위 자수' 유도

해군2함대 은폐 시도
국방부 수사단 현장 급파
< 北목선 살펴보는 나경원 > 12일 강원 동해시 해군 1함대를 방문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북한 목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 정체불명의 거동 수상자가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군은 수상자를 검거하지 못한 데다 이 과정에서 경계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고한 사병을 침입자로 둔갑시키는 일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12일 전말을 발표했다. 사건 발생 지점은 지난 4일 오후 10시2분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 창고 근처다.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 수상자를 근무 중인 경계병이 발견했다. 이 용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랜턴을 2~3회 점등하기도 했다고 군당국은 설명했다.해군은 즉시 부대방호태세 1급을 발령하고 기동타격대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부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엔 침입자가 포착되지 않았다. 부대 울타리, 해상 등에서도 특별한 침투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해군은 내부 장병 소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헌병 수사 결과 해군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은폐 시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병장이 당시 거동 수상자는 본인이었다고 진술했지만 허위 자백임이 밝혀졌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많은 인원이 고생할 것을 염려한 직속 상급자(영관급 장교)가 부대원들에게 허위 자수를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장 등 25명을 현장에 파견했다.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상황보고가 안 됐고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자세하게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만약 나에게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며 박 의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 의장은 김 의원이 11일 전화를 걸어 2함대 사건에 대해 묻자 “(보고를) 못 받았습니다. 근데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답했다. 합참 공보실은 “합참의장은 5일 오전 작전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으나 통화 당시 기억나지 않아서 보고를 못 받았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안팎에서는 합참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심 총장은 이날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이번 사건과 관련,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 “허위 자백이 있었다는 보고를 9일 받았다”고 했다. 박 의장이 허위 자백 사실을 김 의원이 알려주기 전까지 몰랐다면 해군이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했거나 박 의장이 알고도 모른 채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김 의원은 “삼척항에 이어 평택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경계작전의 실패, 보고의 은폐와 축소, 사건 조작이 얼마나 더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영관 장교가 엉터리 같은 짓을 하다가 발각됐다”며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