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졸속·과속' 인정한다면 차등화도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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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33% 급등…中企·소상공인 벼랑끝에 내몰아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240원) 인상한 시급 8590원으로 결정했다. 인상률이 2010년 이후 최저지만, 2년간 과속 인상으로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나서야 겨우 브레이크를 한 번 밟은 꼴이다. 3년간 최저임금 32.8% 인상이란 속도의 관성으로 인해 앞으로도 충격과 여진이 적지 않을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상황, 경제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수용도가 잘 반영됐다”고 평가했지만 “2%만 올려도 사약을 내리는 것”이라고 절규하는 자영업자들 가운데 공감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주휴수당 포함 이미 시급 1만원…대선공약 조기 달성
업종·규모별 차등과 산입범위 현실화 미룰 이유 있나
정부·여당이 ‘속도조절’을 언급하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측 인상안에 손을 들어준 것은 그들 스스로도 최저임금의 ‘졸속·과속 인상’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이미 1만30원에 이른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포기한 게 아니라 조기 달성한 셈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중위임금의 64.5%로 OECD 37개 회원국 중 6위이고, 주휴수당 포함 시 1인당 국민소득 대비 OECD 최고다. OECD, IMF, 무디스 등이 한목소리로 그 위험성을 경고한 이유다. 오죽하면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44%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에 찬성했을까 싶다.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란 점이다. 시대착오적인 현행 제도 아래선 매년 똑같은 갈등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이원화에 그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체계를 뜯어고쳐야만 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줄기차게 호소하고 있는 지역·업종·기업규모별 차등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각 지역의 생계비가 천차만별이고 호황·한계업종, 대·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이 천양지차다. 선진국들도 다 하는 게 왜 한국에서만 안 되는지 납득할 수 없다.
턱없이 비좁게 설정된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통상임금에 맞춰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산정 시 매달 주는 기본급·수당만 계산해 연봉 8000만원짜리 고임 근로자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황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회사 측이 두 달마다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해 최저임금 위반을 해소하려는 것조차 반대하며 총파업 으름장을 놓는다. 격차 해소에 주력하는 정부라면 이런 비정상과 부조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정책의 지향점이 취약계층 최저생계 보장이지 귀족노조 임금 더 퍼주기가 아니지 않는가. 차제에 외국인 근로자의 숙식비가 최저임금 산정 시 제외돼 내국인보다 더 유리한 역차별도 손볼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실험 2년의 결과가 너무도 참담하다. 최저소득계층인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이 1분기에 25.9%나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급등으로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사라졌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경제활력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졸속·과속 정책의 부작용을 직시하고 회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