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내 개발제한구역서 난데 없는 건축허가…주민들 "구청 과실" vs 구청 "법원 판결 따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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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내 ‘노른자땅’으로 남아 있는 개발제한구역 내 신축건물이 들어섰다. 해당 토지주는 강남구청에서 건축허가를 얻어 공시지가의 15배가 넘는 시세의 토지를 소유하게 됐다. 하지만 이 지역주민들은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며 이 건축물의 공사 진행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한 “강남구청의 개발제한구역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자곡동 쟁골마을 도로 한복판. 한 주민이 차량을 세워두고 공사차량이 드나들 수 없도록 길목을 막아섰다. 마을 입구에선 “합법적인 공사니 문제 없다”는 토지주 측과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민들 사이에 시비가 붙어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후 쟁골마을 주민들은 지난 10일부터 마을 입구에서 주택 신축을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이같은 갈등은 작년 쟁골마을 내 개발제한구역에서 한 토지주가 건축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며 시작됐다. 쟁골마을 일대는 1986년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있다. 대신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취락지구도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토지 일부는 취락지구에 편입되지 못한 채 개발제한구역으로 남아 있는 ‘자투리땅’이 생겼다. 면적이 130㎡에 불과한 이 토지도 이런 자투리땅 중 하나다. 이렇게 나온 자투리땅은 도로와 토지 일부를 구청이 매입해 건축 허가가 나기 어렵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하지만 쟁골마을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된 이 토지는 구청의 매입 없이 개인 토지주 소유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토지는 1991년 3.3㎡(평)당 60만원에 손바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개발제한구역 토지들은 현재 3.3㎡당 700~1000만원선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바로 맞은편에 있는 취락지구 시세는 3.3㎡당 3000만원 선을 웃돈다. 올해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당 63만7500원이지만 건축허가가 날 경우 공시지가의 15배 가격으로 평가받게 된다.주민들의 반발과 달리 강남구청은 이번 건축 허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강남구청도 개발제한구역 내 난개발을 막고자 이 토지의 건축 허가를 반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건축허가신청을 반려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지목이 대(垈)인 토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 신축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며 토지주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구청이 자투리땅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결과 이같은 난개발이 일어나게 됐다”며 구청에 해당 부지의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주민들은 이번 건축 허가 결정을 두고 개발제한구역서 구청이 매입하지 않은 토지를 이용한 ‘땅투자’가 성행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강남 일대 전원마을을 비롯해 서울 교외 곳곳에 있는 개발제한구역 내에는 이 토지와 같이 지목이 대(垈)이면서 도로와 접해 있는 개인 소유인 토지들이 상당수 있어 이같은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축허가로 개발제한구역에 나대지로 방치된 토지들이 개발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며 “환경 보전 목적으로 생긴 개발제한구역이 개발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자곡동 쟁골마을 도로 한복판. 한 주민이 차량을 세워두고 공사차량이 드나들 수 없도록 길목을 막아섰다. 마을 입구에선 “합법적인 공사니 문제 없다”는 토지주 측과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민들 사이에 시비가 붙어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후 쟁골마을 주민들은 지난 10일부터 마을 입구에서 주택 신축을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이같은 갈등은 작년 쟁골마을 내 개발제한구역에서 한 토지주가 건축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며 시작됐다. 쟁골마을 일대는 1986년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있다. 대신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취락지구도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토지 일부는 취락지구에 편입되지 못한 채 개발제한구역으로 남아 있는 ‘자투리땅’이 생겼다. 면적이 130㎡에 불과한 이 토지도 이런 자투리땅 중 하나다. 이렇게 나온 자투리땅은 도로와 토지 일부를 구청이 매입해 건축 허가가 나기 어렵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하지만 쟁골마을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된 이 토지는 구청의 매입 없이 개인 토지주 소유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토지는 1991년 3.3㎡(평)당 60만원에 손바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개발제한구역 토지들은 현재 3.3㎡당 700~1000만원선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바로 맞은편에 있는 취락지구 시세는 3.3㎡당 3000만원 선을 웃돈다. 올해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당 63만7500원이지만 건축허가가 날 경우 공시지가의 15배 가격으로 평가받게 된다.주민들의 반발과 달리 강남구청은 이번 건축 허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강남구청도 개발제한구역 내 난개발을 막고자 이 토지의 건축 허가를 반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건축허가신청을 반려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지목이 대(垈)인 토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 신축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며 토지주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구청이 자투리땅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결과 이같은 난개발이 일어나게 됐다”며 구청에 해당 부지의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주민들은 이번 건축 허가 결정을 두고 개발제한구역서 구청이 매입하지 않은 토지를 이용한 ‘땅투자’가 성행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강남 일대 전원마을을 비롯해 서울 교외 곳곳에 있는 개발제한구역 내에는 이 토지와 같이 지목이 대(垈)이면서 도로와 접해 있는 개인 소유인 토지들이 상당수 있어 이같은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축허가로 개발제한구역에 나대지로 방치된 토지들이 개발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며 “환경 보전 목적으로 생긴 개발제한구역이 개발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