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승태 보석 석방 시사…"선고까지 구속 유지 어렵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부가 직권 보석으로 풀어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2일 진행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속행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에 관해 의견서를 내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추가 기소 등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6개월이 되는 다음달 11일 0시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다.

재판부는 "법에 정해진 구속 기간의 제한으로 피고인을 구속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아무리 서둘러 재판한다고 해도 선고까지 구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는 다들 동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이후 어느 시점에서는 구속 피고인의 신체 자유를 회복시켜주더라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여러 가지를 가정해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이 "구속 만료가 된다면 석방이 당연한데 의견을 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직권 보석을 고려하는 것이냐"고 묻자, 재판부는 "구속 기간 만료 전에도 석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석방은 구속 기간 만료로 될 수도 있고, 그 전에 보석으로 될 수도 있다"며 "보석의 종류도 직권 보석과 당사자가 청구하는 보석이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로 구속을 해제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구속 기간 만료 전에 석방된다면 조건이 있어야 하고 기간도 정해야 한다"며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그런 부분을 다 포함해 의견을 제출하면 재판 진행에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11일 구속 기소 된 양 전 대법원장은 직후에 보석 허가를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이후 다시 청구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구속 기간 만료 한 달 전인 3월 6일 사실상 '자택 구금' 수준의 엄격한 보석 조건 하에 석방됐다. 이 전 대통령의 사건을 심리하는 항소심 재판부는 배우자와 변호인 등 외에는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고,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심리하지 못한 증인 수를 고려하면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어 증거 인멸의 염려가 높다"며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