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험난했던 '최저임금 전쟁'…13시간 1박2일 마라톤 협상 끝에 '마침표'

최저임금 결정 ‘막전막후’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전날 공익위원들이 1차 수정안의 간극이 너무 크다며 노사 양측에 한 자릿수 인상률을 가져오라는, 사실상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한 것에 반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추천 위원 4명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의는 민주노총 위원들의 복귀를 기다리며 정회했다가 저녁 8시에 다시 속개했지만 파행을 이어갔다. 민주노총 위원들이 돌아온 시각은 저녁 9시25분께, 그제서야 전원회의는 정상화됐다. 이때만 해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이날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회의 진행이 급물살을 탄 것은 민주노총의 복귀와 동시에 박준식 위원장이 즉각적인 수정안 제출을 요청하면서부터다. 게다가 박 위원장의 요구는 ‘2차 수정안’이 아닌 ‘표결이 가능한 수정안’이었다. 즉 공익위원들이 표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할만한 구간의 인상률을 가져오라는 압박이었다.

박 위원장의 돌발 제안에 노사 모두 당황했고 각각 ‘작전타임’에 돌입했다. 이후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기를 수 차례, 자정을 넘기면서 회의장 앞 안내문은 13차 전원회의로 갈아끼워졌다.

새벽 2시30분께 민주노총 위원들이 복귀했다. 하지만 이들이 가져온 것은 수정안이 아닌 ‘14일까지 수정안을 낼테니 기다려달라’는 메시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위원회 안팎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하지만 상황은 3시께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급반전했다. 운영위원회는 위원장과 노·사·공익위원 간사 6명 등 7명으로 구성된 회의체다. 운영위원회에서 공익위원단과 사용자위원 측은 근로자위원 요청을 거절하고 3시30분까지 수정안 제출을 재차 요청했고, 제출하지 않더라도 표결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곧 표결로 마무리될 것 같았던 협상은 3시30분 속개한 회의에서도 결론이 지어지지 않았다. 새벽 4시에 다시 한 시간 정회가 선포됐다. 민주노총 위원들이 청사 외부에 대기 중이었던 중앙집행위원회 간부들과 자체 회의를 하느라 돌아오지 않자 마지막으로 기다려주는 차원이었다.

새벽 5시 10분 다시 회의실 문이 열렸다. 표결에 돌입했다. 경영계 안은 8590원, 노동계 안은 8880원이었다. “표결 결과는 15 대 11, 기권 1명, 2020년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 땅!땅!땅!” 그렇게 지난했던 13시간의 1박2일 ‘최저임금 전쟁’이 끝난 시각은 이미 동이 튼 5시 30분이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