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소국(小國)' 일본의 노골적인 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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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조짐은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다만 노골화된 게 오래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한국을 적대시하는 일본의 혼네(속마음) 말입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한국 국회의원 5명은 지난 5월 말 도쿄를 찾았습니다. 냉각된 한일 관계를 의원 외교로 풀어보자는 차원이었지요.한국 의원들은 사전에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를 접촉했습니다. 그러나 중의원 측이 연락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참의원 측과 간신히 연락돼 미팅 약속을 잡았는데, 막상 나가 보니 초선 비례대표 한 명만 있었지요. 한국의 중진 국회의원 5명이 일본 초선의원 한 명만 만난 뒤 빈손으로 귀국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현지 분위기가 매우 냉랭했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말 오사카에서 열렸던 G20(주요 20개국) 때는 일본 냉대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사카 공항에 내렸을 때 영접 나온 일본 관료는 아베 도시코 외무성 부대신이었지요. 외교부 차관급에 불과합니다. 그마저 처음엔 40대 정무관을 배치했다가 막판에 바꿨다고 합니다. 작년 5월 방일 때만 해도 고노 다로 외무 대신이 문 대통령을 맞았지요. 문 대통령은 G20 회의기간 내내 아베 총리와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습니다.
푸대접의 절정은 어제 도쿄에서 있었던 ‘한일 무역 회의’였습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 국장급 협의를 갖자”는 우리 제안을 일본이 거절한 뒤 격을 낮춰 도쿄 경제산업성 사무실에서 개최했지요. 당초 양쪽에서 5명씩 참석하기로 했으나, 막판에 2명씩만 나오는 걸로 일본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우리 산업부 과장 두 명이 회담장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일본 관료 두 명은 반소매 셔츠에 넥타이도 매지 않은 채 앉아 있었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악수는 물론 명함 교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마련한 회담장은 지저분한 ‘창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파손된 의자와 책상 등 집기류가 한쪽에 쌓여 있었구요. 사진 촬영을 의식한 듯 회담장 중간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란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협의나 회담이 아니라,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안내 장소일 뿐이란 의미입니다. 애꿎은 한국 관료들은 일본의 냉대 속에서 물 한 잔 마시지 못한 채 5시간 넘게 수모를 당하다 귀국했습니다.
인접국 간 갈등은 세계 어디서든 드물지 않은 현상입니다. 예기치 못한 시점에 불거지는 경우도 다반사이지요. 하지만 최근 일련의 행태처럼 기본적인 품격이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하면, 일본은 역시 ‘소국(小國)’에 불과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줄 뿐입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한국 국회의원 5명은 지난 5월 말 도쿄를 찾았습니다. 냉각된 한일 관계를 의원 외교로 풀어보자는 차원이었지요.한국 의원들은 사전에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를 접촉했습니다. 그러나 중의원 측이 연락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참의원 측과 간신히 연락돼 미팅 약속을 잡았는데, 막상 나가 보니 초선 비례대표 한 명만 있었지요. 한국의 중진 국회의원 5명이 일본 초선의원 한 명만 만난 뒤 빈손으로 귀국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현지 분위기가 매우 냉랭했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말 오사카에서 열렸던 G20(주요 20개국) 때는 일본 냉대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사카 공항에 내렸을 때 영접 나온 일본 관료는 아베 도시코 외무성 부대신이었지요. 외교부 차관급에 불과합니다. 그마저 처음엔 40대 정무관을 배치했다가 막판에 바꿨다고 합니다. 작년 5월 방일 때만 해도 고노 다로 외무 대신이 문 대통령을 맞았지요. 문 대통령은 G20 회의기간 내내 아베 총리와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습니다.
푸대접의 절정은 어제 도쿄에서 있었던 ‘한일 무역 회의’였습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 국장급 협의를 갖자”는 우리 제안을 일본이 거절한 뒤 격을 낮춰 도쿄 경제산업성 사무실에서 개최했지요. 당초 양쪽에서 5명씩 참석하기로 했으나, 막판에 2명씩만 나오는 걸로 일본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우리 산업부 과장 두 명이 회담장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일본 관료 두 명은 반소매 셔츠에 넥타이도 매지 않은 채 앉아 있었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악수는 물론 명함 교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마련한 회담장은 지저분한 ‘창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파손된 의자와 책상 등 집기류가 한쪽에 쌓여 있었구요. 사진 촬영을 의식한 듯 회담장 중간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란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협의나 회담이 아니라,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안내 장소일 뿐이란 의미입니다. 애꿎은 한국 관료들은 일본의 냉대 속에서 물 한 잔 마시지 못한 채 5시간 넘게 수모를 당하다 귀국했습니다.
인접국 간 갈등은 세계 어디서든 드물지 않은 현상입니다. 예기치 못한 시점에 불거지는 경우도 다반사이지요. 하지만 최근 일련의 행태처럼 기본적인 품격이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하면, 일본은 역시 ‘소국(小國)’에 불과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줄 뿐입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