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볼거리" vs "감정 이입 안돼"…평 엇갈리는 '라이온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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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높은 싱크로율 "향수 자극" vs "안일한 리메이크"
올여름 흥행 성적은…"가족 관객에는 여전히 매력적" 올여름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디즈니 영화 '라이온킹'이 최근 공개된 후 다양한 평가가 쏟아진다. 기대가 컸던 만큼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언론 매체와 평론가들의 평가를 반영한 신선도 지수는 60%를 기록했다.
이 사이트는 "시각적 성취 면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에너지와 감성은 원작보다 부족하다"고 총평했다. 물론 비평 점수가 높다고 흥행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 역시 57%로 낮았지만, 1천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일찌감치 1천만 영화로 점쳐졌던 '라이언 킹'에 전례 없는 혹평이 쏟아지면서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라이온킹'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다. ◇ 다큐 같은 비주얼…"화려한 볼거리 " vs "감정 이입 안 돼"
'라이온킹'이 기존 작품들을 뛰어넘어 한단계 진일보한 비주얼을 구현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사실적이지만, 실제 동물은 단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다. 모두 실사영화 기법과 포토리얼 컴퓨터생성이미지(CGI)를 합쳐 만들어낸 '가짜 동물'들이다.
존 파브로 감독은 가상 현실 세트 안을 걸어 다니며 아프리카에서 심바와 함께 서 있는 것처럼 샷을 설정한 뒤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
철저한 사전 조사가 선행됐음은 물론이다.
제작진은 아프리카에서 2주간 머물며 원작에 등장하는 모든 종(種)을 직접 관찰했다.
또 헬리콥터 3대 등을 동원해 카메라 장비로 12.3TB(테라바이트)의 사진을 담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원작보다 한층 화려한 볼거리와 웅장함을 뽐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사실적 묘사가 오히려 감정 몰입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큐멘터리 속 동물들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어딘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로 전락하는 형편없는 리메이크"라고 혹평했다.
불쾌한 골짜기는 CG로 구현된 캐릭터가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말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다큐멘터리 같은 화면, 동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리얼리즘이 캐릭터에 동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디즈니 마법의 지속적인 원천이었던 훌륭한 의인화가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표정이 모두 똑같아 원작의 재미와 재기발랄함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동물 외양이 모두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다는 평도 나온다. 반대로 목소리 더빙을 맡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음악, 다양한 시각적 효과로 감정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평도 많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의 주 관객층인 10대부터 20대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저항감이 없고 오히려 익숙한 세대라, 더 깊게 감정이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작과 똑같은 리메이크… "향수 자극" vs "새로운 것 없다"
신작 '라이온킹' 러닝타임은 1994년 원작 애니메이션(89분)보다 29분 정도 늘어난 118분이다.
아기 사자 심바가 프라이드 랜드를 떠나 멧돼지 품바와 미어캣 티몬과 함께 지내는 일상을 비롯해 일부 장면이 추가됐다.
암사자 날라의 활약도 조금 더 강조됐지만, 원작과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장면별로 리메이크했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근래 디즈니가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기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해 변주해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는 원작의 무게가 그만큼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4년 작 원작은 전 세계에서 약 1조1천38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전체 관람가 영화 중 가장 많은 이익을 얻었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뮤지컬로도 제작돼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년간 공연돼왔다.
지난 5월에는 뮤지컬 관객이 전 세계에서 누적 1억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누구나 알고, 좋아하는 원작이기에 비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존 파브로 감독 역시 "이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오리지널 계승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원작을 고스란히 되살린 시도는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안일한 리메이크라는 비판도 받는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어설픈 각색보다는 원작을 살린 게 낫다"면서 "첨단 기술과 원작의 향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새로운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를 경험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정지욱 평론가도 "스토리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에 원작을 그대로 가져간 것 같다"면서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했다.
영국 가디언지의 유명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원작의 흉내가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다.
충격과 공포를 얻는 대신 캐릭터와 위트는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져서 볼만하고, 즐겁다.
잘 만들어진 오락 영화"라며 별점 5개 만점 중 3개를 줬다.
버라이어티는 "원작의 비주얼을 업그레이드했고, 원작의 장점을 강화했다"면서 "만약 너무 어려서 원작을 못 봤다면 이 영화가 인생을 바꿀 만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 사자의 왕위계승 이야기, 요즘에도 통할까
세대를 초월하는 게 고전의 힘이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 보는 디즈니 영화 특성상 시류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이온킹'은 왕좌를 둘러싼 가족 상잔의 비극과 이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성장이 큰 흐름이다.
SNS에는 "'알라딘'의 재스민이 술탄이 되는 시대에 굳이 '동물판 햄릿'을 2019년에 다시 봐야 하는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작품의 오프닝은 영화 전체를 압도할 정도로 강렬하다.
그러나 약자가 강자의 발치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약육강식과 권력승계, 계급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래도 영화 전체를 감싸는 '생명의 순환'과 부성애라는 주제는 여전히 강력하다.
심바의 갈기가 새들의 부리와 동물의 먹이, 배설물 등을 거쳐 주술사 라피키에게 닿는 모습을 천천히 따라갈 때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는 피부에 와닿는다. 대형배급사 관계자는 "엇갈린 평가에도 가족 관객의 많은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600만∼700만명 정도 들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올여름 흥행 성적은…"가족 관객에는 여전히 매력적" 올여름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디즈니 영화 '라이온킹'이 최근 공개된 후 다양한 평가가 쏟아진다. 기대가 컸던 만큼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언론 매체와 평론가들의 평가를 반영한 신선도 지수는 60%를 기록했다.
이 사이트는 "시각적 성취 면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에너지와 감성은 원작보다 부족하다"고 총평했다. 물론 비평 점수가 높다고 흥행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 역시 57%로 낮았지만, 1천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일찌감치 1천만 영화로 점쳐졌던 '라이언 킹'에 전례 없는 혹평이 쏟아지면서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라이온킹'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다. ◇ 다큐 같은 비주얼…"화려한 볼거리 " vs "감정 이입 안 돼"
'라이온킹'이 기존 작품들을 뛰어넘어 한단계 진일보한 비주얼을 구현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사실적이지만, 실제 동물은 단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다. 모두 실사영화 기법과 포토리얼 컴퓨터생성이미지(CGI)를 합쳐 만들어낸 '가짜 동물'들이다.
존 파브로 감독은 가상 현실 세트 안을 걸어 다니며 아프리카에서 심바와 함께 서 있는 것처럼 샷을 설정한 뒤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
철저한 사전 조사가 선행됐음은 물론이다.
제작진은 아프리카에서 2주간 머물며 원작에 등장하는 모든 종(種)을 직접 관찰했다.
또 헬리콥터 3대 등을 동원해 카메라 장비로 12.3TB(테라바이트)의 사진을 담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원작보다 한층 화려한 볼거리와 웅장함을 뽐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사실적 묘사가 오히려 감정 몰입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큐멘터리 속 동물들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어딘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로 전락하는 형편없는 리메이크"라고 혹평했다.
불쾌한 골짜기는 CG로 구현된 캐릭터가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말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다큐멘터리 같은 화면, 동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리얼리즘이 캐릭터에 동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디즈니 마법의 지속적인 원천이었던 훌륭한 의인화가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표정이 모두 똑같아 원작의 재미와 재기발랄함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동물 외양이 모두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다는 평도 나온다. 반대로 목소리 더빙을 맡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음악, 다양한 시각적 효과로 감정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평도 많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의 주 관객층인 10대부터 20대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저항감이 없고 오히려 익숙한 세대라, 더 깊게 감정이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작과 똑같은 리메이크… "향수 자극" vs "새로운 것 없다"
신작 '라이온킹' 러닝타임은 1994년 원작 애니메이션(89분)보다 29분 정도 늘어난 118분이다.
아기 사자 심바가 프라이드 랜드를 떠나 멧돼지 품바와 미어캣 티몬과 함께 지내는 일상을 비롯해 일부 장면이 추가됐다.
암사자 날라의 활약도 조금 더 강조됐지만, 원작과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장면별로 리메이크했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근래 디즈니가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기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해 변주해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는 원작의 무게가 그만큼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4년 작 원작은 전 세계에서 약 1조1천38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전체 관람가 영화 중 가장 많은 이익을 얻었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뮤지컬로도 제작돼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년간 공연돼왔다.
지난 5월에는 뮤지컬 관객이 전 세계에서 누적 1억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누구나 알고, 좋아하는 원작이기에 비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존 파브로 감독 역시 "이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오리지널 계승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원작을 고스란히 되살린 시도는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안일한 리메이크라는 비판도 받는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어설픈 각색보다는 원작을 살린 게 낫다"면서 "첨단 기술과 원작의 향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새로운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를 경험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정지욱 평론가도 "스토리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에 원작을 그대로 가져간 것 같다"면서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했다.
영국 가디언지의 유명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원작의 흉내가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다.
충격과 공포를 얻는 대신 캐릭터와 위트는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져서 볼만하고, 즐겁다.
잘 만들어진 오락 영화"라며 별점 5개 만점 중 3개를 줬다.
버라이어티는 "원작의 비주얼을 업그레이드했고, 원작의 장점을 강화했다"면서 "만약 너무 어려서 원작을 못 봤다면 이 영화가 인생을 바꿀 만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 사자의 왕위계승 이야기, 요즘에도 통할까
세대를 초월하는 게 고전의 힘이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 보는 디즈니 영화 특성상 시류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이온킹'은 왕좌를 둘러싼 가족 상잔의 비극과 이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성장이 큰 흐름이다.
SNS에는 "'알라딘'의 재스민이 술탄이 되는 시대에 굳이 '동물판 햄릿'을 2019년에 다시 봐야 하는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작품의 오프닝은 영화 전체를 압도할 정도로 강렬하다.
그러나 약자가 강자의 발치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약육강식과 권력승계, 계급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래도 영화 전체를 감싸는 '생명의 순환'과 부성애라는 주제는 여전히 강력하다.
심바의 갈기가 새들의 부리와 동물의 먹이, 배설물 등을 거쳐 주술사 라피키에게 닿는 모습을 천천히 따라갈 때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는 피부에 와닿는다. 대형배급사 관계자는 "엇갈린 평가에도 가족 관객의 많은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600만∼700만명 정도 들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