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로 올해 성장률 1%대 될 수도"…10년 만에 최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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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 경고일본의 수출 보복 여파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민간 싱크탱크의 전망이 나왔다. 현실화되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0.7%에 머물렀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김상봉 국가미래연구원 거시경제팀장(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은 14일 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수출 감소가 가시화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73~1.96%로 하강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국가미래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는 민간 싱크탱크다.국가미래연구원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의 올해 목표치(2.4~2.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작년 2.7%에서 1년 만에 최대 1%포인트나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 둔화·'일본發 충격' 겹쳐
반도체 생산·수출 감소 땐
성장률 1.73~1.96%로 하강
김 팀장은 “이번에 일본이 규제대상으로 삼은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꼭 필요한 소재”라며 “가뜩이나 수출 및 투자 부진 여파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피해까지 현실화하면 큰 폭의 성장률 하락은 피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0.3%에 이른다.일본은 지난 4일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레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김 팀장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의 일본 수입 의존도가 각각 93.7%, 91.9%, 43.9%에 이른다”며 “일본산 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 수입처를 다변화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현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낮은 에칭가스 1개 품목만 문제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에칭가스뿐 아니라 일본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레지스트 수출 제한의 영향도 받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일본이 수출 우대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만큼 향후 일본발(發) 경제보복 피해가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효과’까지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김광두 원장은 “경제가 하반기에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위해 서로 헐뜯는 데만 열중하고 있고, 집권여당은 돈풀리기 등 포퓰리즘 정책에 몰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일본의 수출 규제가 당장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란 경고는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9일 “일본과의 무역마찰은 이미 대내외적으로 역풍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2.4%에서 2.0%로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