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초 버번 위스키 '믹터스', 266년 만에 '스카치'를 누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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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마그리오코 믹터스 부회장 인터뷰버번 위스키는 미국인에겐 ‘영혼의 위스키’다. 켄터키주 버번 지역에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정착해 만들기 시작했다. 스카치의 명성이 아무리 높아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위스키는 언제나 버번이었다.세계 위스키 시장에 지난해부터 ‘버번 돌풍’이 시작됐다. 가장 권위있는 위스키 품평 기관인 ‘더 위스키 익스체인지’ 최초로 버번 위스키를 ‘올해의 위스키’로 선정했다. 주인공은 1753년 탄생한 미국 최초의 위스키 ‘믹터스’다. 믹터스는 올해 드링스인터내셔널이 선정한 ‘세계 1위의 인기 급상승 위스키’에도 뽑혔다.○파산한 1호 위스키, 245달러에 사다믹터스를 지난 달 한국에 공식 론칭한 맷 마그리오코 믹터스 부회장(사진)을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났다. 믹터스의 브랜드 이름은 1950년대 증류소 소유주였던 루 포먼이 두 아들의 이름 마이클(Michael)과 피터(Peter)의 각각 앞 뒤를 따서 ‘믹터스(Michter’s)’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그는 “믹터스는 미국 최초라는 전통을 가진 위스키이자, 가장 망한 브랜드 중 하나였다”며 “아버지 조셉 마그리오코 회장이 30년 전 245달러에 브랜드를 사들여 완전히 새로운 위스키로 재탄생시켰다”고 했다.믹터스의 첫 증류소는 펜실베니아에 있었다. 1919년 금주령에 의해 문을 닫기도 했고, 주인이 여러 번 바뀐 뒤 1989년 파산했다. 주류 유통업을 하던 맷의 아버지 조셉 마그리오코는 이때 브랜드 소유권을 사들였다. 마그리오코 부회장은 “최초의 위스키 브랜드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번 위스키의 본고장이자 최적의 원료가 있는 켄터키로 증류소를 옮겼다”고 했다. 초기에는 증류소를 직접 지을 돈이 없어 켄터키주 다른 증류업자들에게 증류기를 잠깐씩 빌려 위스키를 생산했다. 지금은 루이빌 셰블리 증류소, 포트 넬슨 증류소, 스프링필드 농장 등 3곳의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농장에서는 직접 호밀과 보리를 경작한다.○더 오래, 더 까다롭게 만든 버번그는 “믹터스는 요즘의 버번 위스키가 쓰지 않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혁신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했다. 더 많은 비용, 더 긴 시간이 들어가는 방식을 고수한 것이 지금의 믹터스를 있게 했다는 얘기다. 그는 “오크통을 대하는 방식부터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믹터스는 오크통을 말리는 기간만 18개월이 걸린다.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말려 업계 평균 시간보다 3배가 길다.오크통을 그을리는 ‘차링’ 전에 한번 더 굽는 ‘토스팅’도 특징이다. 이 과정은 위스키의 풍미는 살리고 위스키의 색을 더 진하게 한다. 스피릿(원액)의 알코올 도수는 일반적인 숙성 도수(62.5%)보다 낮은 51.5%를 고집한다. 이렇게 하면 증류 후 최종 과정에서 다른 버번 위스키보다 물을 덜 타게 된다. 위스키를 숙성하는 배럴창고에 인위적으로 더 열을 가해주는 열순환을 방식도 쓴다. 나무가 더 자주 팽창하면서 오크통의 더 많은 향을 위스키가 흡수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렇게 하면 ‘천사의 몫(엔젤스 셰어)’이라 불리는 자연 증발의 양이 전체의 4%로 늘어난다. 일반 시스템에서는 2.5%가 증발한다.그는 “위스키 시장이 어려울 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을 많이 타고 여러 과정을 생략한 방식이 업계에 일반적인 방식이 되면서 프리미엄 버번 시장은 정체돼 있었다”며 “우리는 좀 더 가치있는 버번 위스키를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파산했던 브랜드 믹터스의 재탄생
30년 전 사들여 "좋은 원료, 긴 시간" 고집
세계 위스키 업계서 스카치 누르고 ‘1위’
월가 출신 아들이 아버지의 위스키 세계로
“믹터스, 김밥 갈비찜 등 한식과 궁합 최고”
○아버지의 술, 월가 출신 아들이 ‘세계화’
마그리오코 부회장은 믹터스에 합류하기 전 월가에서 일했다. 리먼브라더스 바클레이 골드만삭스 등에서 투자 전문가로 일하며 홍콩과 베이징 등에 살았다. 그는 “금융업이 가장 멋진 일이라 생각했는데,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마다 ‘이 회사는 꼭 우리 아버지가 하는 일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좋은 기업과 가치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이 아버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는 믹터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고 2013년 믹터스에 합류, 지난 5년 간 55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마그리오코 부회장이 강조하는 믹터스의 가장 큰 강점은 음식과의 ‘페어링’이다. 마치 와인처럼 식사와 곁들여도 부담이 없고,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는 것. 뉴욕의 모든 한식당을 꿰뚫고 있어 ‘한식 마니아’라고 한 그는 “한국의 김밥이나 생선요리에는 페퍼향이 진한 ‘라이 위스키 하이볼’이 잘 어울리고, 갈비찜 등의 고기 요리에는 풍성한 ‘10년산 버번 위스키’가 좋다”고 했다. 믹터스의 공식 수입사인 메타베브코리아는 4종의 믹터스 위스키를 유통하며 잘 어울리는 음식 등을 함께 알리고 있다.
독주를 즐기지 않는 음주 문화가 강세인 것에 대해서는 “위스키 시장에는 오히려 그것이 기회”라고 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술을 무절제하게 많이 마시지 않아요. 하지만 한잔을 마셔도, 조금을 마셔도 제대로 된 술을 즐기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죠. 30년을 지켜온 우리의 철학을 알아줄 사람들이 더 늘고 있다는 것이죠.”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