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인 어쩌다 믿을 수 없는 존재됐나…무단 이탈 이어 허위 자백 '총체적 난국'

정경두 장관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軍기강 해이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우리 병사들이 철저하게 임무에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안이 일어난 것이 대단히 안타깝고 아쉽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최 대변인은 "군 기강에 대한 여러 지적이 있다는 것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번에 드러난 사안들에 대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해군 2함대 사령부 영관급 장교가 부하 병사에게 '거동수상자' 발견 상황에 대한 허위자백을 종용한 사건과 관련, "대가성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날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휘통제실에 근무하는 A 장교는 부대 내 탄약고 근처에서 거동 수사자가 초병에게 목격되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5일 오전 6시, 지휘통제실 근무 병사 10명을 휴게실로 불렀다.사건 당일에는 모두 비번이었던 병사들이다.

A 장교는 이들에게 전날 발생한 상황을 설명한 뒤 사건이 장기화하면 부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는데 "누군가 (허위) 자백하면 사건이 조기 종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B 병장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고 나머지 인원을 휴게실에서 내보낸 뒤 이에 대해 모의했다.B 병장은 다음 달 중순 전역을 앞둔 병사로, A 장교와 지휘통제실에서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온 관계로 조사됐다.

부대 내 무단 이탈에 대해 장교가 부하 병사들에게 허위자백을 종용한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은 물론 불안감까지 팽배해지는 상황이다.

앞서 강원 삼척항에 들어온 북한 목선에 이어 12일 고성 해안가에도 북한 소형목선 1척이 발견된 일이 있었다.당시 군은 해경이 목선을 발견해 알려줄 때까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어 발생하는 군 기강 해이에 자유한국당은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대한민국 군인 정신에 오명을 씌우지 말고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라"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민 대변인은 "대한민국 군의 기강해이 정도가 상식의 도를 넘어섰다"면서 "구멍이 뚫리고 나사가 풀린 군을 믿고 국민이 어떻게 발을 뻗고 잠을 이룰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의 발생 원인으로는 지난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대한민국의 군이 정부가 만들어 낸 평화 분위기에 젖어 스스로 무장 해제한 것을 들었다.

민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여전히 휴전국이다. 적을 마주한 나라에서 경계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축소·왜곡하려 한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기 힘들다"면서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라는 군인정신이, 한 명의 국방부 장관 때문에 오명을 쓸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급변한 남북한 관계와 9.19 합의 등으로 적이 없어진 현실이 안보 해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설전이 오갔다.

당시 정 장관은 주적에 대해 "저는 (국방백서에 적이) 북한 정권과 북한군으로만 제한된 부분은 상당히 축소된 부분이라 생각한다. 영토와 영공, 영해를 위협하거나 이슬람국가(IS) 테러 등 주체가 불분명한 테러가 있을 수 있고, 안보환경이 바뀌면서 사이버 테러, 해킹 등도 우리의 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잇따른 추궁에 "위협을 한다면 북한도 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주영 한국당 의원은 "이제까지 우리나라 국방백서에 '주적'을 명시하고 북한군이라고 돼 있었고 선배 장관 모두 다 (적을) 북한이라고 했다. 그게 다 잘못된 건가"라고 따졌다. 정 장관은 "모든 걸 다 포괄하는 용어를 수렴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고 이 의원은 "장관이 되면 주적 용어는 없어져야 하느냐. 선배 장관과 결별해야 하겠다"고 비꼬았다.군 출신인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삼척항 북한 목선 사태 당시 "9·19합의가 문제의 시작"이라면서 "주적이 없어지며 병사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막연한 평화 분위기 속에 적을 적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경계를 서겠냐"라고 꼬집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