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채권 쓸어담는 외국인, 보유액 124兆 훌쩍…또 사상 최대

상반기만 30조 가까이 매수
韓銀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채권 매수세 불 붙여
채권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한국 채권 보유금액이 어느덧 12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비관적인 경기전망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호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금액은 124조5400억원으로 지난 5월(119조2020억원)에 이어 한 달 만에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올해 2월부터 5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공격적으로 한국 채권을 쓸어담고 있다. 지난달에만 10조287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올해 상반기 동안 총 29조474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은 장외 채권시장에서도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사상 최대인 10조5784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0조275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은 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한국 채권을 지속적으로 담고 있다. 국내 주요 경기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마저 해결되지 못하면서 경기하강 우려가 한층 증폭됐다. 모건스탠리, S&P 등 해외 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달아 1%대 후반~2%대 초반까지 낮추자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투자수요가 늘어날수록 채권가격은 오르고,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금리는 하락한다.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내비친 것도 채권 매수세에 불을 댕기는 요인이다. 5월 말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온 데 이어 지난달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하면서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열었다.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세에 국고채 금리는 장단기채를 막론하고 모든 만기 구간에서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고 있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은 “이미 채권금리가 크게 떨어져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채권을 지속적으로 담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기준금리가 내년까지 많게는 세 번 인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헤지(위험회피)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한국 채권의 매력으로 꼽힌다. 15일 원·달러 선물 환율에서 현물 환율을 뺀 지표인 원·달러 스와프포인트(1년물 기준)는 -14.7원으로 지난해 초(-7.4원) 대비 7원 이상 하락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환헤지 없이 달러로 원화 자산에 투자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이너스 폭이 확대될수록 이익 규모가 커진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