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우리가 몰랐던 세종·신미, 그리고 故 전미선 [종합]

'나랏말싸미' 배우들, 전미선 애도
"전미선 유작 된 '나랏말싸미',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되길" 입 모아
'나랏말싸미'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고인이 된 배우 전미선을 추억했다.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 및 간담회가 15일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조철현 감독과 배우 송강호, 박해일이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을 담았다. 세종과 가장 천한 신분의 스님 신미가 만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세종 역에는 배우 송강호, 신미 역에는 배우 박해일이 열연을 펼쳤고, 지난 6월 고인이 된 전미선이 소헌왕우 역을 연기했다.
/사진=영화 '나랏말싸미'
'나랏말싸미'는 전미선의 유작으로 조철현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박해일 등 주연 배우들도 전미선을 추모하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제외한 GV, 인터뷰, 쇼케이스 등 모든 홍보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화 안내 책자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아름다운 배우 고 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문구를 삽입하며 '나랏말싸미' 제작진과 출연진은 고인을 추모했다.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 오승현 대표도 본격적인 시사회 전 무대에 올라 "얼마 전까지 우리와 함께 했던 전미선 님의 비보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며 "영화가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 고인을 애도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개봉 연기까지 얘기가 나와 유족들과 얘기를 나눴고,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이 영화를 많은 분들이 함께 보시고, 최고의 배우로 기억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개봉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철현 감독과 박해일, 송강호 모두 전미선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해일은 "촬영할 때 기억이 생생하다"며 "각자 치열하게 준비해 와서 촬영을 끝내면 오손도손 얘기를 나눴다. 그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는데,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하게돼 영광이다. 보시는 분들도 좋은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조철현 감독은 "이 세상을 바꾸는 건 여성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소헌왕후는 그 중의 한명이었던 대장부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미선에 대해 "제가 평가할 입장도, 수준도 안된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제가 너무 어려워서 전미선 씨에게 부탁한 대사가 있었다"며 "세종이 신미 스님과 헤어졌을 때 따끔하게 일침하는 장면이었는데, '백성들은 더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전미선 배우가 완성해줬다. 모든 지도자들에게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극중 소헌왕후의 천도제가 등장하는데, 이는 전미선의 죽음과도 묘하게 맞닿는다. 소헌왕후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세종은 정성들여 만든 훈민정음으로 추모의 시를 전했다.

송강호는 "천도제 장면을 찍을 때가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이었다"며 "그 촬영을 끝내고 빨리 서울로 올라온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이런 결과가 있어서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슬픈 운명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관객들에게 슬픈 영화가 아니라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영화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안타깝고 슬픈일도 겪었지만, 세종대왕이 겪은 외로움의 고통을 영화관에서 느끼는 소중한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보였다.

실제로 송강호, 박해일 모두 작품속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새로운 모습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송강호는 "세종대왕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가장 많이 알려진 성군 중의 성군"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봤던 모습도 있고, '세종대왕은 이럴 것'이라는 이미지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새롭고 창의적인 파괴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또 "영화 '사도'를 할 때 영조를 할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이미 많은 드라마, 영화를 통해 우리 이미지가 쌓인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할 땐 그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하는 부분을 고민한다"며 "그게 배우로서 기본적인 의무가 아닌가 싶다"고 소개했다.

박해일 역시 "신미 스님이라는 실존 인물을 감독님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관객들이 낯설고 궁금해할 캐릭터라 배우로서 스님답게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스님과 다른 지점은 문자에 능통했고, 불자가 억압받는 시대에 가장 높은 계급의 세종대왕을 만나는 설정이다보니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했던 거 같다"고 전했다. 한편 '나랏말싸미'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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