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외화표시채권 발행 주간사 내정 후 평가 짜맞추기

'고득점순' 규정 두고도 단장·팀장이 결정…감사원, 문책 요구
기업은행, 계약서에 없는 물품 가격까지 포함해 수출채권 매입하기도
감사원이 내규를 위반해 외화표시채권 공모발행 주간사를 선정해 놓고 사후에 주간사 선정 관련 평가 서류를 결과에 맞춰 작성하는 등의 비위를 저지른 한국수출입은행 직원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수출입금융 지원 및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19일부터 보름간 진행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2010년 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 '공모외화표시채권 발행 시 주간사 선정을 위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2011년 '외화표시채권 공모발행 시 주간사 선정 절차'를 제정했다. 규정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각 증권회사에 제안요청서를 발송한 다음 증권회사가 수출입은행에 제안서를 제출하면 외화 조달 기여도, 업무수행 능력 등의 평가를 거쳐 주간사가 선정된다.

그러나 해당 업무를 총괄한 A 본부장은 2016년 5월로 예정된 미화 25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앞두고 다른 직원과 협의해 B 증권회사를 주간사로 정하기로 해놓고, 제대로 된 평가 없이 B사 등 6곳을 주간사로 선정했다.

이후 채권발행 전담자인 C 책임조사역이 6개 주간사가 규정대로 고득점을 받아 선정된 것처럼 개인별 평가등급을 산정하면 평가 담당 직원들은 그에 따라 평가표를 작성했다. 결과에 평가 서류를 짜 맞춘 셈이다.

이에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장에게 A 본부장 등에 대한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요구하는 동시에 외화표시채권 발행 주간서 선정 시 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하는 한편 관련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중소기업은행이 관련 서류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수출채권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사례도 드러났다. 기업은행의 한 지점은 2011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D사로부터 수출채권 104건을 신용으로 매입했다.

D사로부터 받은 수출계약서와 선적서류 등에 따르면 수출 물품은 대부분 1건당 무게가 15㎏ 미만인 텔레비전 캐비닛 또는 플라스틱 케이스 등 플라스틱 사출품이었다.

기업은행은 서류에 기재된 대로 D사가 수출하는 물품을 플라스틱 사출품으로 알고 수출채권 매입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다 2014년 대형 무역금융 사기 사건이 발생해 수출채권 매입 점검에 나선 결과 그해 12월 D사로부터 매입해 온 수출채권 대금에는 플라스틱 사출품 가격 외에 서류에는 없었던 '금형 가격'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업은행은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취해야 했으나 이후 D사로부터 12건의 수출채권을 매입하면서도 금형이 수출 물품으로 기재된 수출계약서, 금형 선적서류 등을 받지 않았다.

감사원은 기업은행이 수출계약서와 선적서류 등에 기재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이런 서류에 기재되지도 않은 물품 가격까지 포함해 수출채권을 매입, 총 1천96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기업은행장에게 수출물품 선적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수출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은행에 손실을 발생시킨 관련자 5명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