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먹는 기술' 개발하면 예산 더 얹어주는 獨 프라운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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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R&D 성과 사업화 위해독일의 프라운호퍼는 독특한 조직이다. 정부가 세운 연구기관이면서도 당장 시장에서 먹히는 기술들을 주로 개발한다. 연구개발(R&D) 성과물이 기업으로 흘러들어 사업화로 이어지면 예산이 더 나온다. 외부 과제가 많은 국책연구기관은 예산이 깎이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위탁연구 수익 많으면 예산 추가
연구원 기업 이직·창업 장려도
1949년 설립된 프라운호퍼는 뮌헨에 본부를 두고 있다. 독일 전역 72개 연구소에서 2만5000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이 조직의 연간 예산 23억유로(약 3조300억원) 중 정부에서 받는 자금은 3분의 1 정도다. 나머지는 다른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으로부터 위탁연구를 따오는 방식으로 조달한다. 각 연구소에 배정되는 정부 예산은 가변적이다. 위탁연구 수익이 많으면 정부 예산을 더 얹어준다. 이른 시일 내에 상용화가 가능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1980년 이전에는 정부 예산에 의존했고 기업과의 협업도 드물었다. ‘시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1980년 지금과 같은 산업 친화적 R&D 모델이 도입됐다.
자체 R&D 부서를 갖추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은 프라운호퍼를 통해 R&D는 물론 시제품 생산도 할 수 있다. 연구 분야는 다양하다. 제조뿐 아니라 정보통신, 생명공학, 에너지 등도 연구한다. 음반산업 생태계를 단숨에 바꿔놨던 MP3 기술도 프라운호퍼에서 탄생했다.
기업들과의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프라운호퍼 연구원 중 상당수가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직접 기업을 설립한다. 연구소도 이를 장려한다. 대표적인 게 스핀오프(spin-off: 연구자 출신이 창업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연구자가 창업을 원하면 스핀오프 전담 부서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특허권 문제 등을 상담해준다. 대신 잠재력 있는 스핀오프의 지분을 초창기에 샀다가 나중에 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남긴다.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우리는 R&D 중 ‘R(research·연구)’에만 치중하고 ‘D(development·상품과 서비스 개발)’는 꺼린다”며 “적절한 보상이 없는데 누가 위험을 무릅쓰겠느냐”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