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집보러 발품 파나요…대세는 VR로 '미리보기'

이렇게 도전했다
텃세 심한 시장에서도 신기술은 먹힌다

종합 부동산서비스 플랫폼 꿈꾸는
올림플래닛
권재현 올림플래닛 대표가 가상현실(VR)로 서울 잠실 롯데타워 시그니엘레지던스의 내부를 재현한 ‘집뷰’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2014년 9월 캐나다에서 귀국한 권재현 씨는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 10여 곳을 돌았다. 전화상으로 분명 있다던 매물이 중개업소에 가면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나마 매물을 직접 보기도 쉽지 않았다. ‘수억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는데 왜 내가 일일이 다녀야 하지’란 의문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설립한 기업이 프롭테크(부동산 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올림플래닛이다.

권재현 올림플래닛 대표
‘모델하우스 VR’로 시장 탐색

권 대표가 2105년 회사를 세우면서 꺼내 든 카드는 가상현실(VR)이었다. 몰입형 3차원(3D) 게임엔진 기술을 활용해 건축 설계도면을 실제 모습과 똑같이 구현하는 ‘집뷰 스튜디오’를 개발했다. 기존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이미 지어진 모델하우스를 촬영한 영상이 필요하고 제작에도 두 달이 걸린다. 반면 집뷰 스튜디오는 설계도면만으로 1~2일 만에 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사업모델이 안정될 때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엔 건설회사에 “모델하우스를 짓는 대신 VR 서비스를 활용하라”는 내용의 제안서를 돌렸다.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VR이 재현하기 힘든 공간감과 마감재의 질감 등을 직접 느끼려는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권 대표는 영업 포인트를 ‘모델하우스 보완재’로 바꿨다.“모델하우스에서 선보이기 힘든 준공 뒤 주거 환경에 대한 정보를 VR로 보충해줄 수 있다”는 설명에 대림산업이 손을 내밀었다. 주택시장에 VR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올림플래닛이 처음이다. 권 대표는 “가벼운 실패와 빠른 대응을 거듭하며 시장을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VR 모델하우스에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다른 건설사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현재 모델하우스 VR 시장의 70%가량을 집뷰가 장악하고 있다.
‘찾아가는 부동산 서비스’ 본격화다음으로 두드린 시장은 부동산 중개업소였다. 미분양 매물을 팔 때 영업 도구로 VR 콘텐츠를 활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텃세가 심한 시장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빨랐다. 그간 차곡차곡 쌓은 VR 콘텐츠와 매물 데이터 등이 시장 공략의 무기가 됐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성동구 내 중개업소 2000여 곳이 집뷰를 활용해 미분양 매물을 팔고 있다. 서울에서 전국 각지의 매물을 미리 둘러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해외 부동산 매물도 선보인다. 올림플래닛은 지난 12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알파킹그룹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아시아 시장에서 알파킹그룹의 매물 판매를 올림플래닛이 총괄하는 내용이다. 첫 상품은 호찌민 1군지역에서 알파킹그룹이 짓고 있는 고급주택 알파힐이다. 오는 22일부터 서울 청담·압구정 지역의 중개업소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직접 관리하는 중개업소도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부동산 거래를 의뢰하면 지역 전문가가 맞춤형 매물 리스트와 집뷰 VR 기기를 들고 가정을 방문한다. 매물 브리핑과 VR 콘텐츠를 바탕으로 고객이 관심 매물을 고르면 현장으로 안내한다. 후보지를 압축한 뒤 현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물을 둘러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청담·압구정 지역 중개업소 3곳에 지역 전문가 7명을 선정한 상태다.

올림플래닛의 목표는 임대관리, 주거관리 등을 아우르는 종합부동산서비스 기업이다. 사전에 시장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집뷰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한 고객에게는 3개월 주기로 해당 지역 시장 동향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