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주 앉았지만 평행선 달린 학교 비정규직-교육 당국(종합)

'입장차만 확인' 본 교섭 4시간여만에 결렬…17일 실무교섭도 불투명 최근 사흘간 파업을 벌인 학교 비정규직과 교육 당국이 16일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와 교육 당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세종시에 있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에서 재교섭을 벌였으나 4시간여 만인 오후 6시께 결렬을 선언했다. 이번 교섭은 17개 시·도 교육청, 교육부, 연대회의 등 교섭위원이 모두 참석해 논의하는 본교섭으로 진행됐다.

지난 9∼10일 이틀간 진행한 실무교섭이 '교육부 관계자 교섭위원 참여 요구' 문제로 파행으로 끝난 뒤 엿새 만에 양측이 다시 테이블에 앉았지만, 입장을 좁히지는 못했다.

연대회의와 교육 당국은 3차례 정회 시간을 제외한 3시간가량 집중해 교섭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양 측이 기본급 인상안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하다 보니 다른 안건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교육 당국은 공무원 임금 상승률과 같은 전년 대비 기본급 1.8%(경기지역의 경우 0.8%)만 인상하는 사실상 임금동결안을 제시했고, 연대회의는 기본급 6.24% 인상안으로 맞섰다.

기본급 인상안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 근속 수당 월 3만2천500원에서 4만원으로 인상 및 상한 폐지 ▲ 근속수당 가산급 신설 ▲ 명절휴가비·정기상여금·복지비 인상 ▲ 임금을 공무원 최하위 직급(9급)의 80% 수준으로 올리는 '공정임금제' 시행 등의 사안은 논의조차 못했다.
양 측은 17일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 실무교섭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교육 당국이 내일 실무교섭에서는 내놓을 안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사실상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내부에서 논의해 보겠지만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대회의 측은 교섭 결렬 후 한 기자회견에서 "교육 당국은 지난 6월 실무교섭에서 합의한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나왔다"며 "교섭하려는 의지도 없고,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이다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교섭은 실무교섭보다 조금 더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노조를 무시하는 사용자들에게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덧붙였다.

교육 당국 대표 교섭위원은 "오늘 충분히 의견을 나눈 만큼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해서 다음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공정임금제나 정규직화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기에 임금 교섭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교섭위원은 "노조 측에서는 주요 요구사항에 대한 사용자 측의 총괄적인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는데, 일부 지역 노조에서 요구안을 다 내지 않아서 최종 검토를 할 수가 없었다"며 "절차합의서에 명시된 내용을 노조가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