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일의 원자재포커스] 희토류 탐구(12) 광섬유 통신 장비에 쓰이는 어븀(Er)

어븀(Er·원자번호 68)은 에르븀이라고도 불리는 희토류 원소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인근 마을인 이테르비(Ytterby)의 채석장에서 발견돼 거기서 이름을 따왔다. 당시 이테르비에서 명칭을 차용한 원소는 총 네 개가 있으며 어븀 외에 이트륨(Y), 터븀(Tb), 이터븀(Yb) 등이 있다.

어븀의 지각에서의 존재비는 약 2.8ppm(1ppm=0.0001%)이다. 희토류 원소 중에서는 존재량이 꽤 많은 축에 속한다. 지구상에서 45번째로 많이 발견되는 원소다. 모자나이트, 희토류광, 가돌리나이트 등 희토류가 섞여 있는 여러 광석에서 발견된다. 연간 생산량은 약 500t으로 중국이 주요 생산지다.
어븀은 광섬유 통신에서 신호 전달 케이블과 신호 증폭기에 사용된다. 어븀을 활용할 경우 빛의 산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파장 대역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븀을 첨가하면 다른 소재를 활용할 때에 비해 더 먼 거리까지 빛 신호를 내보내는 광섬유 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어븀을 첨가한 광섬유 증폭기는 신호가 닿기 어려운 지역에서 고가의 중계 장비 없이도 안정적인 통신을 가능케 한다.

어븀은 의료용 레이저 장비 제조 분야에서도 활발히 쓰이고 있다. 어븀을 활용해 만드는 어븀야그 레이저는 피부 주름, 흉터, 문신 등을 비롯한 피부 표피 제거, 사마귀 제거, 치아 및 뼈 절삭 등에 널리 사용된다. 최근에는 어븀야그 레이저가 탈모 치료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