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손잡는 금융사…삼성카드, 신세계와 제휴

‘신세계사이먼’ 제휴카드 출시
공동 빅데이터 마케팅도 추진

우리銀, 10여개 유통사 협업 모색
신한銀, 세븐일레븐과 결제 제휴
신세계사이먼이 경기 파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리미엄 아울렛 전경. /한경DB
삼성카드가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사이먼과 17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제휴카드를 출시하고 공동 빅데이터 마케팅을 하는 게 골자다. 우리은행도 연내 신사업을 선보이기 위해 10여 개 유통회사와 접촉하고 있다. 유통회사와 마케팅 협업에 나서는 금융회사도 여럿이다. 포화 상태인 금융시장을 넘어 유통업계 고객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사 제휴는 선택 아닌 필수”삼성카드와 업무 제휴를 맺은 신세계사이먼은 2005년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미국 사이먼프로퍼티그룹과 합작해 세운 유통사다. 여주 파주 시흥 부산 등 전국 4곳에서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렸다. 삼성카드는 신세계사이먼에서 결제할 때 할인 또는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카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신세계사이먼은 삼성카드의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마케팅에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휴로 삼성카드는 신세계사이먼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쟁 카드사에 비해 노출 빈도가 높아진다. 적어도 ‘이곳을 이용할 때 혜택이 많은 카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1인당 평균 보유 카드 수가 3.6개일 정도로 국내 카드시장은 포화돼 있다”며 “새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덩치 큰 유통사와의 제휴가 필수”라고 말했다.

신세계사이먼은 삼성카드의 빅데이터 마케팅이 고객 유치 및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12월과 올 3월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신규 점포를 열 때 빅데이터 마케팅을 지원했다. 트레이더스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코스트코코리아와의 제휴가 끝남에 따라 다른 유통사 제휴를 늘린 게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월엔 홈플러스와 제휴했다.은행도 유통사 수시 물색

은행들도 유통사와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문어발식’으로 여러 유통사에 손을 뻗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최근 금융·유통 통합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유통사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는 10월 출시할 ‘드라이브 스루 환전·현금인출 서비스’를 위해선 인프라와 노하우를 보유한 유통사와의 협업이 필수”라고 말했다. 외환 또는 현금을 차 안에서 수령하는 서비스로, 10여 개 유통사와 제휴를 타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손을 잡았다. 세븐일레븐에 신한은행 전자결제 ‘쏠(SOL) 페이’ 활용 서비스를 신설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유휴공간에 신한은행 무인점포를 설치하는 계획도 짰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1년간 CJ제일제당과 함께 쿠킹 클래스도 운영한다.신한은행은 현대백화점 면세점과 지난 5월 디지털 공동 마케팅을 했다. 신한은행 환전 고객에게 현대백화점 온라인면세점 할인쿠폰을 제공했다. 국민은행도 신라면세점과 제휴 관계다. 신라면세점을 이용하면 국민은행 환율우대 쿠폰을 지급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통은 실생활에 밀착돼 있다”며 “유통사의 ‘생활밀착형’ 고객군을 단숨에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고객 확보부터 브랜드 이미지 제고까지 유통사와의 협업 효과는 다양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는 유통사와 얼마나 많은 시너지를 내는지가 경쟁력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김대훈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