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벤츠, 네덜란드·中·日·韓·러 거쳐 평양 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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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간硏, 반입 경로 분석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인 벤츠가 네덜란드와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를 차례로 거쳐 평양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불법 환적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北 사치품 51억弗 밀수에
韓·日 기업 등 90개국 관여"
미국 민간 연구소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16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대상인 고급 벤츠 자동차가 북한에 반입된 경로를 분석한 ‘북한의 전략적 조달 네트워크 노출’ 보고서를 발표했다. 벤츠 등 고급 리무진은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돼 있다.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전용차인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S600’ 두 대가 지난해 6~10월 4개월간 이들 5개국을 거쳐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6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대당 50만달러에 달하는 마이바흐 S600 두 대가 두 개의 컨테이너에 각각 적재됐다. 컨테이너는 41일간의 항해 후 7월 31일 중국 다롄항에 도착해 8월 26일까지 머물렀다. 이후 다시 화물선에 실려 일본 오사카를 거쳐 9월 30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컨테이너는 이후 10월 1일 토고 국적 화물선 ‘DN5505호’를 통해 러시아 나홋카로 이동한 뒤 10월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화물기를 통해 평양으로 옮겨졌다. DN5505호는 부산항을 오고 가는 과정에서 선박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는 등 추적을 피하려고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루카스 쿠어 선진국방연구센터 선임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당시 북한 화물기가 러시아에 도착한 것은 ‘묘한 우연의 일치’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선진국방연구센터는 북한이 최근 몇 년간 800여 대의 고급 차를 구매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WSJ는 보도했다.보고서는 2015~2017년 사이 90개국이 51억달러어치의 사치품을 북한에 밀수출하는 데 관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한국과 일본 기업이 관여된 정황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사치품을 반입하는 주된 이유로 “김정은이 지지기반인 소수 엘리트층의 기대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