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구조화된 防産 위기, 정책혁신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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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수출 쪼그라드는 防産기업미·북 및 남·북·미 정상 간 ‘6·30 판문점 회동’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재협상 물꼬가 트이긴 했지만 미·북 간 실무협상은 아직 일정조차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안보의 보루이자 국가 전략산업인 방위산업의 올 1분기 생산 및 수출, 영업이익이 지난 2년간 실적처럼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육성보다 감시·규제만 강화
경쟁력 살려 신성장 발판 삼아야
안영수 <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 >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국내 방위산업 생산의 65~70%를 차지하는 방산 10대 기업의 2018년 매출은 1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이는 최대를 기록했던 2016년 매출액의 9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방위산업의 내수 의존도가 85%인 상황에서 내수 규모를 결정하는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가 같은 기간 16.4% 증가한 점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수출도 1조7000억원으로 2년 전의 72%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국방비가 늘고 있는 추세여서 글로벌 기업들이 방산시장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영업이익률은 4.3%(방산 전업도 70% 이상 5대 기업 기준)로 2년 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는 전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의 절반 수준이며 주요 글로벌 방산기업 영업이익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올 1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10대 방산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는데, 수출액은 63.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약 14% 늘어난 15조4000억원으로 방위사업청 개청 이래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
생산을 견인하는 정부 방위력 개선비는 증가하는데도 방산기업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광범위한 감시시스템과 징벌적 조치로 인한 공무원과 업계의 활동 위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년 5월~2018년 4월) 방위사업청 공무원들에 대한 검찰 고소·고발 요구 비중은 전체 중앙부처 공무원의 22%, 내부 징계조치 요구 비중은 7%였다. 매년 방사청 공무원 100명당 1명이 감사원으로부터 징계처분 요구를 받았다. 자연히 방사청 공무원들은 제재가 강화된 업무 리스크를 기업에 떠넘기려 하고, 기업은 방사청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불사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결과가 방산 매출·수출·영업이익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방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산도 ‘위기산업’으로 지정해 정상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예방감사 전환, 범부처 차원의 방산위기 대응 태스크포스 가동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종 방산 지표가 경고음을 울리는데도 대책을 수립할 부서조차 없다. 신속대응을 위한 분기별·월별 에코 시스템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연간 방산통계도 없는 실정이다. 방산과 연계된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부르짖으면서도 정책수립용 기반 통계는 미비하다. 연간 수조원의 부품 조달비용이 해외로 빠져나가는데도 국산화 대책은 찾을 수 없다. 연간 15조원의 무기획득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시장성·경제성 분석은 물론 해외시장조사 기능도 실종상태다. 올해 발간된 방위사업통계연보에는 매년 적시하던 ‘수출수주금액’이 빠졌다. 수년째 수주실적이 부진해서일까?
자기 일을 남의 일 하듯 하는 사례는 방사청의 일부 공무원에 국한됐는데 이제는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강화된 방산 부문 감시기능과 징벌적 조치들은 국익보다 사익(안전과 승진)을 앞세우는 구조로 바꿔 놓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다. 무엇보다 방산 부문 내외부 감시 거버넌스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기술혁신 및 산업발전 중심의 사업·기업 관리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이 무너지면 산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