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 고발전' 경찰 소환으로 뒤숭숭한 한국당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고발전’ 관련 경찰 소환이 시작되면서 자유한국당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했다. 표 의원은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회 의안과 앞 폭력사태로 고발됐다. 오후 4시엔 같은 당 윤준호 의원이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전날엔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경찰에 출석해 약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한국당 의원 13명에게도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 의원들은 출석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경찰의 소환조사에 야당을 겁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중진연석회의에서 “여당 의원과 무늬만 야당 의원들이 사실상 경찰 견학을 다녀오는 출석놀이로 경찰의 야당 겁박에 장단 맞추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서도 패스트트랙 고발전에 대한 지도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고발당한 전체 현역 의원 109명 중 한국당 소속이 59명으로 가장 많다(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 특히 한국당 의원들이 많이 걸려있는 국회선진화법 위반의 경우 처벌 조항이 세다. 유죄가 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징역형의 경우 10년간,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은 5년간 공직 선거 출마가 금지된다. 한 한국당 의원은 “지도부가 뚜렷한 방침을 내놓고 있지 않으니 당시 회의장 앞에서 세게 부딪힌 의원들 중엔 불안해하는 의원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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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 카드로 고소 고발 취하가 논의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취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사안을 덮어두고 가기엔 너무 엄중하기 때문에 고소 고발을 취하해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정치권 전반의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시간 끌기로 면피할 수 없다는 것을 (한국당에) 분명히 지적한다”고 말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피의자들이 소환을 계속 거부한다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서 조사한 후에 종결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더 낫지 않나싶다”고 언급했다. 세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회기 중엔 불체포 특권이 있기 때문에 체포가 불가능하지만 회기가 끝난 뒤엔 체포될 수도 있다.나 원내대표는 전날 경찰 소환 대상이 된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려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취소하기도 했다. 경찰 소환에 당이 겁을 먹었다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게 한국당 지도부 입장이다. 한 한국당 지도부 의원은 “의원 개개인으로선 최악의 경우 피선거권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어떤 방식으로든 지도부와 소환 대상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경찰 소환에 대한 방침을 정할 것”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