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들고 해외 나간 이유는…수원시의회 '짠내연수' 실험

외식 대신 집밥, 호텔 대신 게스트하우스…차도 직접 운전

"어떻게든 연수비용을 최대한 줄여봅시다."경기 수원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하는 9박 11일 일정의 네덜란드·영국 국외연수를 앞두고 특별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일부 지방의회의 관광·외유성 국외연수와 연수 과정에서의 일탈 행위 등으로 대부분의 기초의회가 국민의 손가락질 대상이 된 난감한 상황에서 내실 있고 모범적인 국외연수를 한번 해보자는데 의원 모두 뜻을 모았다.

기획경제위와 의원 연구단체 소속 시의원 9명, 조명자 의장, 수원시의회 공무원 3명 등 13명으로 구성된 연수단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영국 런던의 돌봄공동체와 치유농장 등을 방문해 벤치마킹하는 국외연수 일정을 세웠다.연수단이 방문하는 지역은 지역 돌봄공동체와 마을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지역 돌봄공동체가 장애인과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가축을 돌보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치유를 받게 한 뒤 취업까지도 연계해 주는 사업이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원시의회 연수단은 숙소, 식사, 이동 등 3가지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자린고비' 연수 계획을 세웠다.우선 국외연수 기간에 대부분의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0명이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밥을 짓고자 커다란 압력밥솥부터 샀다.

연수단이 먹을 쌀과 반찬도 스스로 마련해 가져갔다.외식 대신 밥을 지어 먹기로 하면서 숙소도 호텔 대신에 비용이 저렴하고 공간이 넓은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해 이용했다.

6월 27일 늦은 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연수단은 이튿날 오전 인근 마트에 가서 산 식자재와 한국에서 가져간 쌀과 반찬을 이용해 밥을 지어 아침을 해결했다.

조 의장을 비롯해 의원들이 번갈아 가며 쌀을 씻어 밥을 지었고, 설거지도 의원들 스스로 분담했다.

일정상 부득이하게 밥을 사 먹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연수 기간 20끼 이상을 숙소에서 밥을 지었다.

공식적으로 외식을 한 경우는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에서 샌드위치와 파스타 등을 사 먹은 서너번에 불과했다.

외식을 줄이고 밥을 해 먹기 위해 숙소인 게스트하우스를 방문지와 20여분 거리 이내로 가깝게 정해 공식 일정을 마치고 중간중간 숙소로 돌아와 밥을 해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면서 외식을 할 경우 1인당 2만∼3만원이 들어갈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배낭여행 경험이 많은 이병숙 의원이 싸고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해 호텔 숙박비보다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잠자리도 해결했다.

연수단은 비용 절감을 위해 대형 관광버스와 가이드도 이용하지 않았다.

대신 가는 곳마다 렌터카 2대를 빌려 번갈아 운전하면서 방문지와 숙소로 이동했다.
길도 잘 모르는 낯선 외국에서 운전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도 앱의 힘을 빌려 큰 사고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영국 런던에서는 렌터카뿐 아니라 지하철도 이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연수단이 쓴 비용은 1인당 총 350만원. 시의회에서 정한 시의원 연수비용 300만원에 개인들이 공통경비로 추가로 낸 50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보통 9박 10일의 국외 연수 시 450만원가량이 들어가는 전례에 비춰보면 1인당 100만원 이상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연수단은 애초 비용 절감이 목적이었지만, 비용 절감뿐 아니라 함께 간 동료 의원과 공무원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생활하면서 결속력이 다져지고 정이 많이 든 것을 성과로 꼽았다.조명자 의장은 "돈 적게 들이는 연수를 실험해 봤는데 예전의 연수보다 불편한 것은 있었지만, 어려운 점이 없어서 할 만했다"면서 "수원시의회 다른 상임위뿐 아니라 다른 기초의회도 한번 도전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