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일 금강 대표 "40년 조선기자재 기술력, 육상·해상플랜트로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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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의 기업인 탐구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은 불황에도 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않는다. 부산에 있는 조선기자재업체 금강도 그런 곳 중 하나다. 기존 선박 부품의 기술 개발은 물론 육상·해상플랜트·수처리기기 등 신제품 개발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부산 사하구에 있는 이 업체를 찾아가봤다.
부산 다대동에 있는 조선기자재업체 금강(대표 박상일). 을숙도대교 교차로와 다대포해수욕장 중간쯤에 있는 이 회사의 공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오일샌드 관련 장비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일샌드 플랜트에 사용되는 두 종류의 ‘유수(油水)분리장치’다. 이들 장비는 이 회사의 사업 다각화 노력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다.원래 금강은 선박용 엔진 부품과 각종 밸브, 압력용기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론 선박 엔진 시동에 필요한 압축공기를 저장하고 이 압축공기를 엔진에 공급하는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박상일 대표(40)는 “국내 대형 조선 3사 및 일본 미쓰이 등에 납품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이른다”고 말했다.
100명의 종업원을 둔 이 회사는 두 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공장은 엔진사업부, 2공장은 제관사업부다. 두 개 공장을 합친 규모는 1만5000㎡에 이른다. 부산에는 조선기자재업체가 많이 있지만 금강은 이들 중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에 속한다. 1977년 창업해 올해로 42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박 제품 생산과 관련한 각종 인증을 받았다. ISO 9001, ISO 14001, 미국 기계학회(ASME)인증과 독일선급협회 노르웨이선급협회 미국선급협회 등으로부터 인증받은 내용이 20여 건에 이른다. 일부 제품에 대해선 발명특허도 획득했다.박 대표는 “40년 이상 조선기자재 관련 공장으로 성장해 다양한 경험과 설계 노하우를 쌓았다”며 “가공 조립 용접 도장 등 자체 생산라인을 갖췄으며 만(MAN)에너지솔루션, 바르질라, 현대중공업 등의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특수밸브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세 경영인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금강의 이사로 일하다 창업자인 부친 박수건 대표가 2016년 별세하자 대표직을 이어받았다. 그는 신사업과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히 조선기자재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회사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세 가지 방향으로 미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첫째, 대형 조선 3사에 납품하는 선박 엔진용 특수밸브 및 압력용기 등의 부품을 모듈화해 매출을 늘리는 전략이다. 그는 “새로운 엔진 개발과 외산 부품의 국산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조선업체의 액화천연가스(LNG)선박 수주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에 사용되는 초저온 압력용기를 개발하고 있다.둘째, 수처리기기 개발이다. 박 대표는 “이동이 쉬운 컨테이너형 수처리기기를 개발해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33빌딩에 제품을 납품 및 설치해 지역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선 공장폐수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셋째, 육상 및 해양 플랜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오일샌드 플랜트 주요 공정에 쓰이는 몇몇 핵심 기자재를 개발 중”이라며 “파일럿 제품이 완성돼 성능을 검사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강은 15명에 이르는 자체 연구인력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공동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기자재연구원,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는 한국오일앤가스기자재기술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연구에 나서는 게 그 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클러스터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지원을 받은 이 클러스터엔 모두 45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조합의 이사장을 맡았다. 설비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 공장이 좁아 부산 인근에 2023년을 목표로 3만3000여㎡ 규모의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주력 제품인 압력용기는 오랫동안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