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계약서만 있으면 특별보증 발급…"5000억 지원 목표"

Cover Story - 한국무역보험공사
“외부 충격이 오면 중소·중견기업 수출이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제때 지원받을 수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대외 여건이 불확실할수록 무보와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더 막중해진다는 의미다. 무보는 이를 증명하겠다는 듯 지난해 대외 무역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무보의 중소·중견기업 지원 실적은 2017년 47조9000억원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51조9000억원으로 8.5% 증가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실적도 같은 기간 1061억달러에서 1087억달러로 늘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무역보험 덕에 위기 극복”

무보는 올해 수출이 급감하자 새로운 무역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며 중소·중견기업 지원 수위를 더 높였다. 지난 4월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 수출계약 기반 보증 서비스 등을 시작했다.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은 기업들이 외상 수출 결제일 이전에 수출채권을 조기 현금화할 수 있도록 무보가 보증하는 제도다. 올 상반기에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등 4개 은행과 함께 1175억원을 지원했다.

5월에는 부산 소재 선박기자재업체인 호두에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 1호 보증서를 발급했다.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은 수출계약을 체결했지만 일시적 신용도 악화로 물품제작 자금을 대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수출계약서만 있으면 무보가 심사를 거쳐 제작 자금 대출을 위한 보증서를 발급한다. 3월 정부의 수출활력 제고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정부는 당초 1000억원 규모로 잡았던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 프로그램 목표치를 단계적으로 5000억원 규모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무보는 지난달 말까지 115건의 관련 상담을 했다. 수입자 신용조사, 계약 확인 등 367억원 규모(39건)의 심사를 진행 중이다.무보의 지원을 통해 큰 고비를 넘긴 중소기업의 사례는 숱하다. 무보가 2008년부터 수출 채권 회수 위험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온 충남의 한 중소기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에도 외국에 제품을 수출했다가 대금을 떼일 처지에 놓였지만 무보의 무역보험으로 보상받았다.

무보 관계자는 “이 회사는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되고 작년엔 수출 5000만달러를 달성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 무역보험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보는 중소·중견기업 지원 실적을 지난해 51조9000억원에서 올해 55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해외 수입자와 국내 중소기업 연결무보는 해외 수출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우량 해외 수입자를 직접 발굴하고 국내 기업들과의 교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해외 수입자를 초청해 수출상담을 하는 ‘벤더 페어(vendor fair)’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두 차례 행사를 열었고 250여 개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3개사는 15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9일 열린 올해 첫 벤더 페어에는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를 초청 했다. 페트로나스는 세계 22개국에서 석유·천연가스를 생산 중이다. 17개의 석유화학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인호 사장은 올해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페트로나스와 에너지프로젝트 수주 및 자금지원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벤더 페어 참여를 제안했다. 이 제안에 페트로나스가 응하면서 행사가 성사됐다. 전국의 중소 플랜트 기자재 분야 5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무보는 이 자리에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등의 구매담당자도 초청했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이 평소에 만나기 힘든 국내 플랜트 구매 담당자와 면담 기회를 주선하는 차원이다.무보 관계자는 “국내 중소 기자재업체들에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찾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보는 하반기에도 신남방국 소재 해외 발주처를 초대해 벤더 페어를 열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