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한국 수출…무역보험공사가 선봉에 선다

Cover Story -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 6000억弗 달성 '숨은 공신'
위기 때마다 국가 경제 떠받쳐
신시장·신산업 지원 대폭 확대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수출은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을 당시 한국의 수출 순위는 아프리카 우간다보다 뒤처진 83위였다. 이후 파죽지세로 성장해 1971년 10억달러, 1977년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7년 한국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64.5%에 달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수출이 담당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수출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수출 활력을 되찾기 위해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총력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올해 무역금융에 23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출 마케팅에만 3528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발맞춰 무보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156조30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목표다. 이인호 무보 사장은 “대내외 수출 환경이 좋지 않다”며 “이럴 때일수록 최전방 금융공기업인 무보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국가위기 땐 무역금융 두 배 확대

1992년 7월 7일 설립된 무보는 무역보험제도를 전담 운영하는 수출신용기관이다. 무역보험을 통해 한국 수출기업의 대외 위험을 완충하는 ‘에어백’ 역할을 해 왔다. 기업들에 별도로 보증을 제공해 ‘금융 숨통’을 터주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무보가 작년 기업들에 지원한 무역금융 규모는 148조6275억원이다. 사상 처음으로 ‘수출 6000억달러’ 달성의 금자탑을 쌓은 배경에 무보가 있었다는 얘기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엔 더 적극적이다. 올해 55조원을 중소·중견기업 수출 지원에 투입한다. 작년 대비 3조원 늘어난 규모다. 무보가 수출 위험을 낮춰준 덕분에 기업들이 활발하게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무보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때마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1999년 무역보험 지원 실적은 34조1691억원으로, 1997년(15조3064억원)보다 123% 확대됐다. 2009년의 무역보험 규모는 164조9603억원이었다. 2년 전인 2007년(91조6274억원)에 비해 80% 늘었다.

무보는 올해 일괄가입방식 단체보험도 도입했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애로를 덜기 위해서다. 개별적인 보험가입 신청서 없이 지방자치단체 협약만으로 해당 지역 기업들의 수출 위험을 완화하는 제도다. 우선 대구시, 경상북도와 협약해 해당지역 중소기업 5000여 곳에 기업당 최대 5만달러를 보상하는 수출보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조선업을 위한 정책금융도 강화할 방침이다. 수주 지원을 위한 선주금융, 시중 금융회사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어려운 중소 조선사 지원 방안 등을 다각도로 마련 중이다. 무보의 선박금융 지원 실적은 2017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신시장·신산업으로 수출구조 혁신

무보는 신시장과 신산업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수출구조를 혁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수출 시장 및 산업 다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무보의 행보가 더 주목받고 있다.

무보의 신시장 지원 실적은 2017년 4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43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신남방·신북방 국가 진출 기업에는 보험 한도를 최대 두 배 우대해주고 기존 한도도 10% 일괄 상향하는 특별대책을 연말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남방 국가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 신북방 국가는 독립국가연합(CIS)과 몽골 등이다. 이 사장은 “미·중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신남방 국가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한 활로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신산업의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7년 10조6000억원이던 신산업 지원 실적은 지난해 11조9000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기(자율주행)차, 스마트선박, 사물인터넷(IoT) 가전, 로봇,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정부가 지정한 12개 분야 신산업에는 보험 한도를 최대 두 배 우대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신산업 분야에 대한 중소·중견기업 보험료는 20% 할인해준다.

이 사장은 “위험도가 높은 신시장·신산업에 도전할 때 무역보험의 활용가치가 더 높다”며 “수출에 따른 위험과 불확실성은 무역보험에 맡기고 기술 개발 등 경쟁력 향상에 전념하는 것이 효과적인 신시장·신산업 진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