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1000개 '후기 댓글부대' 운영하는 학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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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동원 후기 글 조작도방학철을 맞아 학원가의 수강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허위 후기’ 등 댓글조작이 성행하고 있다. 수업을 들은 수강생은 물론 일부 파워블로거까지 강사들로부터 대가를 받고 거짓 정보를 올리고 있다. 허위 후기에 속아 학원을 잘못 선택한 수강생들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상받을 방법은 거의 없다.
수강생들 '허위 글 주의보'
강사들이 기출문제 뿌리며 평점 조작서울 강남의 유명 어학원 수업을 들은 대학생 김모씨(23)는 수업이 끝난 뒤 한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엔 “이OO 강사 수업 평점 꼭 10점 주시고, 100자 이상으로 정성스럽게 후기 작성해주세요. 미션을 수행한 사람에게만 기출문제 모의고사 파일을 보내드립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학원에선 후기글로 쓸 예시도 메시지로 보냈다. 김씨는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예시를 따라 좋은 내용의 후기를 달았다. 그는 “사이트에 접속해 30초만 쓰면 2만원가량의 토익 모의고사 파일을 준다고 해 후기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강사 후기 게시판에는 2000개가 넘는 같은 내용의 후기가 올라와 있다. 종로의 한 대형 어학원에서 토익 수업을 들은 대학생 이모씨(22)는 “강사들이 수강 후기를 작성한 학생에게만 시험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준다”며 “자료를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후기를 좋게 써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강생이 부정적인 후기를 남기면 학원 측이 보이지 않게 조작한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직장인 최모씨(34)는 “강사가 강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게시글을 올리자, 같은 아이디로 똑같은 내용의 후기글을 여러 번 작성해 게시글을 밀어냈다”며 “학원이 조직적으로 게시글을 관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어학원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학원을 정할 때 후기를 참고하기 때문에 학원이 철저히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아이디 1000개로 댓글부대 운영도
어학원은 파워블로거를 고용해 거짓 후기를 올리기도 한다. 방문자 수가 10만 명에 달하는 블로거 김모씨는 “원고당 최소 5만~10만원만 주면 허위로 후기를 작성해 블로그에 게시해줄 수 있다”며 “교재와 강의실 사진 등을 보내주면 포털 사이트에서 키워드 검색이 잘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블로그에는 970점을 맞은 허위 토익 성적표가 걸려 있었다. 또 24시간 밀착 관리와 1 대 1 컨설팅 등 강사만의 강점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김씨는 “20만원을 내면 단순 소개글이 아니라 칼럼 형식의 글을 써주는데 최대 한 달까지 상위 검색 노출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어학원 관계자는 “인터넷 토익 카페를 직접 운영하거나 아이디를 1000개씩 만들어서 직원에게 우호적으로 댓글을 달게 하는 학원들도 있다”며 “카페를 장악한 뒤 카페에서 여론 조사를 근거로 다시 홍보에 나서는 수법도 많이 쓴다”고 밝혔다.
학원들이 이처럼 허위 후기나 불법댓글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별로 없다. 상품에 대한 후기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지만 실제 고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피해자가 경찰에 사기죄로 고발할 수 있지만 경제적 피해 입증이 어려워 처벌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학원 관계자는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큰데 처벌은 안 받으니 허위 후기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순신/박지웅 인턴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