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약품 베트남 수출 길 다시 넓어진다

베트남 입찰등급 하향 움직임에
식약처 전방위 설득…등급유지
베트남 정부가 우리나라 의약품의 공공입찰 등급을 2그룹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베트남 의약품 수출 시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베트남 보건부가 공공입찰에서 한국 의약품을 2그룹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베트남 공공의료시설의 의약품 공급 입찰’ 규정을 확정·공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 같이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공공입찰 등급이 2그룹으로 유지된다. PIC/S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과 GMP 실사에 대한 국제 조화를 주도하는 국제협의체, ICH는 의약품 인허가 규제 및 국제협력을 위한 위원회다. 국내 제약사가 유럽이나 미국으로부터 GMP 인증을 받으면 1그룹에도 포함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월 베트남 정부가 의약품 공공입찰 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의약품이 2그룹에서 5그룹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베트남 정부는 의약품 공공입찰 등급을 PIC/S와 ICH 가입 여부 등을 토대로 1~5등급으로 분류하는데, 1등급에 가까울수록 입찰 선정에 유리하다. 5그룹으로 하락하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 의약품 수출액 1억7110만달러(약 1884억원) 중 1억2661만달러(약 1394억원)의 손실이 예상됐다. 수출액의 74%가 감소한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입찰등급 유지를 위해 지난해 3월 대통령 베트남 방문과 같은 해 5월 식약처장의 베트남 방문 시 고위급 회담에서 국내 기업의 2그룹 유지를 요청해왔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보건부의 한국 방문과 올해 6월 식약처의 베트남 보건부 방문 때 베트남 공무원에게 한국의 허가·심사제도 전수를 약속하기도 했다.식약처 관계자는 “베트남의 이번 발표로 기존 입찰등급(2등급)을 유지하게 돼 우리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이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앞으로도 베트남과 의약품 분야 협력을 강화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약품 관리 수준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