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거인겔하임에 1.5조 기술 수출…잭팟 터뜨린 브릿지바이오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계약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글로벌 제약사와 1조50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브릿지바이오(대표 이정규·사진)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특발성 폐섬유증(IPF)을 포함하는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 치료 신약후보물질(BBT-877) 개발을 위한 협업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발표했다.브릿지바이오는 계약금과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 및 관련 연구 성공에 따라 지급되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4500만유로(약 600억원)를 받는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은 1년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이후 임상 개발 및 허가·판매에 따라 최대 11억유로의 마일스톤을 받는다. 상업화 이후에는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이번 계약 규모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수출 중 최대다. 2017년 브릿지바이오에 BBT-877을 기술이전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도 이익을 나눠 갖는다.

IPF는 폐기능 악화로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전 세계 300만 명이 앓고 있는 희귀질환이다. BBT-877은 섬유증을 비롯해 자가면역질환과 종양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오토택신의 활성을 저해한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폐기능 감소를 지연시켜 질환 진행을 늦추는 약품인 오페브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이 베링거인겔하임의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 파이프라인(후보물질) 확대 차원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2015년 창업한 혁신신약 연구개발 기업이다. BBT-877 외에도 궤양성 대장염(BBT-401), 표적항암제(BBT-176)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5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탈락이었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해선 전문 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에서 각각 A, BBB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브릿지바이오는 BBB, BBB 등급을 받았다. 일각에선 브릿지바이오가 기술이전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이번 기술수출로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초기 물질 개발만큼 상용 연구 역량이 재조명받고 있어서다.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있던 기업부설 연구소를 경기 판교 본사로 옮기면서 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