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털어낸 한진重, 3분기 M&A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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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위한 매도자 실사 '스타트'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한진중공업 매각을 위한 ‘매도자 실사’를 시작했다. 3분기 중에는 매각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 재무상황 분석 후
채권단에 매각전략 제시 계획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번주 초 한진중공업의 매도자 실사를 맡을 업체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앞으로 2~3개월 동안 한진중공업의 재무 상황 실사는 물론 회사와 채권단에 가장 좋은 매각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지만 이외에도 다른 방식의 출구전략을 쓸 수 있을지 여러 방면에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부실 털고 정상화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투자 실패로 약 2조5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대규모 자본잠식에 빠졌던 회사다. 수비크조선소는 지난 1월 필리핀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후 필리핀 채권단과 한국 채권단은 협상을 통해 차등감자와 출자 전환을 실행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주식 거래를 재개시켰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산업은행(16.14%)을 필두로 하는 채권단이 지분 63.44%를 보유하고 있다. 1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622억원이다.
한진중공업의 사업 부문은 크게 조선과 건설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부문은 군함 등 특수선을 제작한다. 건설부문은 한진해모로 등의 브랜드로 주택 및 토목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건설부문 매출은 1726억원(55%), 조선부문 매출은 1103억원(35%)이었다.알짜 부동산이 매력 포인트
한진중공업에 눈독을 들이는 원매자가 적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주로 알짜 부동산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은 서울 부산 인천 등에 대규모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동서울터미널 및 주변 부지(3만6704㎡)는 지난 4월 신세계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초 KT&G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으나 이견이 생겨 일단 신세계 단독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 약 4000억원이 들어오면 한진중공업 재무구조는 한층 개선된다.
해당 개발사업에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이 참여하기로 돼 있어 향후 수익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통해 연말께는 한진중공업 부채비율이 200%까지 떨어질 것으로 채권단은 추정하고 있다.인천 서구 원창동 일대(율도 부지)도 투자자들이 욕심내는 땅이다. 총 198만㎡ 가운데 아직 30만㎡가량이 팔리지 않고 남아 있다. 지난 5월에는 플래티넘애셋이 9만9173㎡를 1314억원에, 페블스톤자산운용이 16만734㎡를 1823억원에 사기로 하는 등 입찰할 때마다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몸값을 높이기 위해 남은 땅 중 일부를 미리 팔지 않고 인수자에게 넘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항에 있는 영도조선소 땅도 부산 개발의 핵심 요충지다. 부산역 건너편에 있는 이 땅은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추진하는 부산시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는 2~3년 내로 엑스포 유치 여부가 결정되면 이 땅을 엑스포와 관련한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특수선 건조에는 넓은 부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부산 내 적정 지역을 찾아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주인이 바뀌면 이 과정에서 개발에 참여해 추가 수익을 내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조선업 인수자 찾는 게 관건다만 본업인 조선업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는 찾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1분기 조선부문은 119억원 영업손실을, 건설부문은 89억원의 이익을 냈다. 특수선 제작이 주력인 만큼 수비크조선소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작고 강한 방산업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국내 중형 조선소들이 워낙 어려운 상태여서 조선업에 발을 들이기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는 전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건설부문과 조선부문을 함께 인수하겠다는 투자자를 찾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조선부문은 다른 중형 조선사와 합치고 건설부문과 알짜 부지는 따로 파는 등 다양한 매각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건설과 조선 부문은 분할 매각해야 팔릴 수 있을 것”이라며 “특수선 사업부를 가지고 있던 STX조선과 한진중공업 조선소를 합치고 영도조선소 부지는 매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알짜 부동산이 많고 사업 부문도 나쁘지 않다”며 “수비크조선소 문제가 해결된 후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 됐다”고 평가했다.반면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구조조정 전문 회계사는 “수비크조선소의 빚을 깎아주는 대가로 한진중공업 주식을 받은 필리핀 채권단은 지금처럼 낮은 주가에 주식을 파는 데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은/황정환 기자 selee@hankyung.com